중국, 금융안정과 개방 ‘투트랙 전략’ 가속화

2025-09-12 13:00:03 게재

부채위험 관리 나서며

자본시장 국제화 병행

중국 정부가 내부 부채 위험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금융 개방을 가속화하는 이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1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은 지방정부가 민간 기업에 밀린 미지급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책은행과 주요 상업은행 대출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의 금융계정 자금 흐름은 사상 처음으로 무역 규모를 넘어섰다. 이는 중국이 경제 안정과 금융 국제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당국이 주목하는 첫 번째 과제는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다. 현재 지방정부 산하 기관들이 기업과 공무원에게 갚지 못한 빚은 약 10조위안에 달한다는 추정이 있다. 이 중 당국은 우선 1조위안(약 1400억달러) 규모를 정책금융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되면 민간 기업들은 숨통을 틔울 수 있지만, 동시에 국유은행의 건전성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주요 은행들은 이미 경기부양 차원의 저리 대출 확대에 나선 탓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부실채권 충당금도 상반기에만 3조5100억위안으로 늘었다. 지방정부 지원책은 단기적으로 경제를 지탱할 수 있으나, 금융권의 위험 전가 문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대외 전략에서는 금융시장 개방 속도를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의 금융계정 자금 흐름은 4조5000억달러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무역을 통한 경상계정 흐름을 넘어섰다. 이는 외국인들의 중국 주식·채권 매입과 중국 투자자들의 해외 증권 투자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특히 상하이 증시 강세와 위안화 강세 기대가 외국인 자금 유입을 견인했고, 동시에 본토 투자자들도 홍콩 증시 매수에 적극 나서며 교차 자금 이동이 활발해졌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 중국·북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점진적으로 시장을 개방해 자본 흐름을 늘리고, 위안화 국제적 지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무질서한 자본 흐름을 경계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의 후이 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제조업 우위와 지정학 변화가 위안화 국제화의 기회를 넓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중국 당국은 규제를 강화하려 하고, 해외 투자자들은 더 큰 개방과 투명성을 원한다”며 양쪽 요구를 어떻게 맞출지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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