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4년새 80% 파산 후 150개 브랜드 난립
BYD도 목표 16% 하향
구조조정 막는 지방정부
중국 자동차 산업이 과잉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는 현재 중국 내 승용차 브랜드가 약 150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130개가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BYD, 지리자동차, 창안자동차가 대표적인 토종 기업이다. 이런 경쟁 구도는 이번 주 뮌헨 모터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100여 개 중국 업체들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였다.
블룸버그는 생산 능력이 수요를 크게 웃돌아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국산 차량의 평균 할인율이 15~17%에 달해 최근 5년 새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 자동차 산업이 성장 20년 만에 자국 시장이 지나치게 커지고 복잡해져 새로운 출구를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도한 경쟁으로 중소업체들이 무리한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업계 1위인 BYD마저 연간 판매 목표를 16%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아나 리우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중국 자동차 시장은 겉으로는 거대한 공룡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네이쥬안(內卷)’이라 불리는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며 “경쟁력이 낮은 업체들이 시장에서 정리되고 인수합병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우는 100년 전 미국 사례를 비교 대상으로 들었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서는 400개가 넘는 업체가 등장했지만, 대공황을 거치며 결국 디트로이트의 빅3만 남았다. 그는 당시 미국이 업체 수를 줄이면서도 판매량은 유지해 구조조정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비슷한 전환기를 겪고 있다. 2019년 등록된 전기차 제조사가 500곳에 달했지만, 2년 전 기준으로 80%가 이미 파산했거나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미 있는 인수합병이 거의 없었다. 유망주로 꼽히던 업체들도 흔들리고 있다. 리우는 “자금력이 풍부한 투자자들이 덜 경쟁력 있는 업체들을 떠받치고 있어 구조조정 속도가 늦다”고 분석했다.그는 또 지방정부가 기업들을 떠받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산업은 약 560만명을 고용하는 핵심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이 정부 인사의 성과와 직결되면서 재정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조안나 천 애널리스트는 “경쟁 억제와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인수합병이 필수적”이라며 “업체들은 수익성이 낮은 차종을 정리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리우는 샤오펑 공동창업자 허샤오펑이 “구조조정에 5년이 걸리고 최종적으로 토종 완성차는 5곳만 남을 것”이라고 전망한 발언을 인용하며, 다소 과격하지만 규모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