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컬러 파산 충격에 대형은행도 흔들
서브프라임 대출 부실
사기혐의로 법무부 조사
미국 서브프라임(저신용자)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Tricolor Holdings)가 사기 의혹으로 당국 조사를 받던 중 10일(현지시간) 파산을 신청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라이컬러가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 중 AAA 등급을 받은 선순위 채권조차 1달러당 78센트에 거래되고 있으며, 후순위 채권은 12센트까지 폭락했다.
트라이컬러는 중고차 판매와 함께 신용점수가 낮거나 아예 없는 소비자들에게 평균 2만1381달러(3000만원) 규모의 자동차 할부금융을 제공해왔다. 대출금리는 16% 이상에 달했고, 상당수 고객은 2주 단위로 상환하는 구조였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발행한 채권의 68%가 신용점수가 전혀 없는 차주였으며, 신용점수가 있는 경우에도 평균 614점으로 ‘서브프라임’ 범주에 해당했다. 절반 이상은 운전면허조차 없는 상태에서 대출을 받았다.
트라이컬러는 은행에서 창고대출(warehouse financing)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ABS로 재포장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동일 담보를 중복해 대출에 활용했는지 여부를 놓고 사기 혐의로 미국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텍사스 연방 파산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트라이컬러는 채권자만 2만5000명 이상, 부채 규모는 10억~100억달러에 달한다. 신용평가사 KBRA는 트라이컬러 ABS 7건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 검토에 착수했다.
문제는 이 사태가 지역은행을 넘어 대형은행에도 막대한 손실을 안길 수 있다는 점이다. FT 보도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영국 바클레이스, 미국 중서부 지역은행 피프스 서드(Fifth Third)는 모두 트라이컬러의 담보대출에 참여한 주요 채권자로, 수억달러 규모의 대출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프스 서드는 지난주 고객사 담보 파일에서 “중대한 사기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1억7000만달러 이상의 손실 충당금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티모시 스펜스 피프스 서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제공한 자산유동화 창고대출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JP모건 역시 비슷한 수준의 위험 노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산은 자동차 대출 시장 전반으로 즉각 확산되진 않았지만, 고금리·저신용 대출을 기반으로 한 성장 모델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한 구조화금융 업계 관계자는 FT에 “이번 사태는 매우 특수한 사건이지만, 기업의 붕괴는 결국 ‘실사(due diligence)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트라이컬러는 2022년부터 분기당 2억달러 이상 신규 대출을 취급하며 급격히 성장했으나, 저신용층과 이민자를 상대로 한 고금리 대출 구조가 결국 높은 부실로 이어졌다. 특히 히스패닉 등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계층을 집중 공략하며 ‘포용적 금융’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채무 부담을 키우는 구조가 누적된 셈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시장 전반으로 번지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으며, 트라이컬러 문제는 개별 기업의 특수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한 구조화금융업계 관계자는 FT에 “이번 사태는 매우 특수한 사건이지만, 트라이컬러의 붕괴는 결국 실사(due diligence)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