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병홍 축산물품질평가원장
“스마트축산하면 계란값 안정 가능”
축산물은 계절·질병으로 수급 비탄력 … 스마트농장으로 생산성 높이고 비용 줄여
최근 계란가격 상승으로 밥상물가 우려가 높아졌다. 하루 4500만~4800만개가 소비되는 계란은 한알 가격이 평균 267원까지 올랐다.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이 높지 않지만 전 국민이 하루 한개씩 소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 민감도가 높다.
계란 가격이 오르는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계란품질을 높이기 위한 사육환경 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열악한 사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산란계 입식 규제가 강화된 탓이다.
계란 가격과 유통을 관할하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 과제로 스마트축산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박병홍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을 만나 스마트축산 추진 상황과 과제에 대해 물었다.
●계란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 물가가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있다. 원인과 향후 전망을 짚어보면
계란을 생산하는 농가의 사육환경 개선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아직 유럽이나 축산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사육환경은 열악하다. 앞으로 사육환경 개선이 국민 먹거리 안정과 가축복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은 그 과정에 있다. 계절적 요인과 농가의 생산량 조정 등이 결합돼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아직은 수입을 해야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 안정화 방안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계절요인과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도 매년 반복되는데 계란가격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인가.
축산물 가격은 경제적 수급계획으로 조절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기후변화와 가축전염병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공급과 수요가 비탄력적이다. 결국 스마트축산을 통해 품질과 공급량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다. 지금은 추진 과정이지만 스마트축산이 자리잡으면 생산과 가격 모두 안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축산을 통해 계란 수급을 안정화하는 과정을 설명해달라.
산란계 농장에 폐쇄회로티브이(CCTV)와 환경센서를 설치해 복합 환경제어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육 밀도와 질병 예측, 사료 급이 등이 제어된다. 기온이나 습도 등 주변의 급격한 변화를 예측·감지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 농촌의 고질적 문제인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해 인건비 절감도 뒤따라온다.
●계란농장 스마트축산 진행상황은
경남 산청의 지리산 자락에 있는 산청 산골농장이 대표적인 산란계 스마트농장이다. 농장은 현대식 케이지와 자동화 생산라인을 설치해 계사 온도조절, 사료·음수 관리, 암모니아와 탄산가스 농도 감지, 점등 시간 관리 등 스마트 기능을 구현했다. 특히 계사 내 클래식 음악을 틀어 경쟁력을 키웠다. 2021년 도입된 일본 ICT 계란자동선별시스템은 시간 당 6만개의 계란을 선별하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스마트축산 도입 이후 이 농장은 하루 13시간에서 10시간으로 단축됐고 노동 비용은 20% 절감됐다.
계란 생산율은 88%에서 96%로 상승, 폐사율은 대폭 감소했다. 더욱 정밀해진 불량 계란 선별 시스템은 고품질 계란을 안정적으로 시장에 공급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이런 스마트농장이 늘어나면 고품질 축산물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스마트축산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농가들이 스마트축산으로 전환하기 위해 정부지원이 절대적이다. 지원계획은 무엇인가.
복합화된 현장 문제 해소를 위해 축산 정보통신기술(ICT) 단일장비와 운영시스템을 묶음 형태로 보급하는 패키지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장비는 2024년 기준 8674농가에 보급했다. 패키지는 21개 모델을 77개 농가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ICT융복합 사업을 통해 보급한 농가는 3769호로 전업농의 12%에 해당한다.
●스마트축산 확대 정책에 맞춰 진행중인 사업이 있다면
농가의 자발적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축산 인공지능 경진대회 등을 열고 있다. 민간에서 개발한 축산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 기술 등을 발굴하고 확산하기 위한 과정이다. 올해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축산 현장 문제 해결을 주제로 상용화기술과 알고리즘개발 등 2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악취문제 해결, 탄소감축 등 공익적 관점에 가점을 부여한다.
이밖에도 스마트축산을 자발적으로 도입한 농가의 기술을 다른 농가들이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