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100일, 북극항로 대통령실 별동대 구성은 ‘숙제’

2025-09-12 13:00:02 게재

전재수 해수부 장관 “어떤 정권 들어와도 돌이킬 수 없는 흐름 만들어” … 관련 부처들과 해수부에 추진단 구성 준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열린 6.3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5월 14일, 이재명 대통령(당시 후보)은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와 유튜브 간담회 형식으로 가진 ‘신개념 소통형 유세’를 통해 북극항로 시대 준비와 거점항구 건설을 위해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정책을 밝혔다. 이날 부산에서 열린 유세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은 공약으로 발표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김 교수와 대담 유세에서 북극항로 거점항구 건설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저주와 △자원빈국의 저주를 극복하고 △새로운 경제도약의 계기가 되며(성장엔진) △수도권 인구집중을 분산해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소멸 위기도 극복할 정책이라고 의미를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이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대통령실이 부산에 갈 수는 없고 대신 해양수산부를 대통령실 별동대로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이재명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해양수산분야 성과 등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중앙부처 중 해수부 하나만 부산으로 옮기는 데 따른 비효율 등 문제가 제기됐지만 대통령실 별동대의 위상으로 지정학적 저주와 자원빈국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성장엔진 역할과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특별한 임무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11일까지 특별한 해수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북극항로 이야기는 없었다.

해수부 부산이전을 진두지휘하며 북극항로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는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국민주권정부 출범 100일 계기 해양수산분야 성과 및 향후 계획’을 주제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문제는 숙제로 남았다.

◆"부산 이전 후 인력·예산·기능 확장" = 전 장관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북극항로 시대 준비를 위한 해수부 기능 확대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부산으로 이전작업을 완료하고 직원들이 안착해 일할 분위기를 만들고 나면 자연스럽게 인력 예산 기능을 확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발표에서 해수부 예산 규모는 윤석열정부 때와 같이 정부 전체 예산 중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예산 비중 확대를 기대한 흐름에 실망을 안겼다.

또 부산으로 옮기는 해수부는 산업자원통상부의 조선산업 기능 등을 결합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지만 정부·여당의 정부조직개편안은 현행 해수부 기능에서 변화가 없어 실망을 더했다. 부산지역시민단체와 해양단체들이 현재와 같은 '1% 해수부'로는 북극항로 시대 준비와 해양수도권 건설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며 기능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기능확대는 김태유 교수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7월 19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마련한 특별강연에서 북극항로 개통에 대응한 거점항구를 확보하는 것이 부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장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하며 “해수부가 해양산업부로 바뀌어서 에너지 자원산업을 관장해야 부산이 본격적으로 동북아 거점항구 기초를 만들 수있다”고 말했다.

전 장관도 장관 지명 이후 인사청문회 준비 때부터 조선산업 기능 등을 추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취임식에서도 거듭 약속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보여주겠다던 ‘행정의 속도’는 이전 작업에만 집중됐고, 대통령실 별동대로서 위상과 역할을 갖추는 기능과 예산확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HMM 부산이전·매각 곧 발표 = 이런 상황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부산시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전 장관은 북극항로 준비와 해양수도권 건설 업무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될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전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해수부 이전은 단순한 청사 이동이 아니라 대한민국 해양수도의 위상을 확립하는 상징적 사업”이라며 “10월부터 부산 청사 공사에 착수해 12월까지 이전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예산으로 올해 예비비 867억원을 확보했고, 직원들에게는 전·월세 지원, 관사 제공, 맞춤형 이전 컨설팅 등 정주 여건 보완책도 추진하고 있다.

해수부 차관이 담당하던 북극항로 태스크포스는 장관 직속으로 격상하고, 북극항로 준비와 관련된 부처들이 함께 참여하는 북극항로추진단을 해수부 안에 조직하는 것도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

해수부와 함께 부산으로 옮기는 HMM 등 해운대기업 본사 이전,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해사전문법원 설치 등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해사법원과 동남권투자공사 관련 법률도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며 “법원행정처, 금융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적기에 설립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동남투자공사와 해사전문법원이 가동되면 공사가 투자할 기업을 발굴하고 해사법원과 연관된 산업이 파생되는 효과도 기대했다.

전 장관은 정부가 바뀌고 장관이 교체돼도 해수부가 북극항로 준비와 해양수도권 건설 임무를 수행하게 하려면 대통령과 장관의 말이 아니라 법안으로 역할을 명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며 “이재명정부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국정과제로 담았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장관은 HMM 매각과 관련해서는 “HMM의 지배구조 문제는 단순히 하나의 해운 선사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국적 선사, 국가 기간산업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최근 포스코의 HMM 인수설에 대해 거리를 뒀다.

그는 “HMM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늦어진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적당한 시점에 HMM 본사 부산 이전과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겠다”며 “HMM이 국적 선사인 만큼 해운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지배구조와 매각 문제가 정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정연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