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마가(MAGA) 세계화의 타깃이 된 한국
2025년 4월 11일,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를 떠날 때 지지자가 건넨 빨간 모자를 썼고, 그 모자를 쓴 채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모습이 사진과 영상으로 널리 퍼졌다. 모자에는 ‘메이크 코리아 그레이트 어게인(Make Korea Great Again)’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인데, 이 문구는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Make America Great Again, MAGA)’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에 America 대신 Korea를 넣은 것이다.
MAGA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 슬로건이고, MAGA라고 쓰인 빨간 모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공유하는 상징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나 정치세력은 스스로 ‘MAGA’로 지칭하며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MAGA라고 부른다. 오늘은 자신들의 생각을 세계화하려는 MAGA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MAGA, 한국에 오다
지난 9월 5~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빌드업코리아’라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2023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 36살인 김민아라는 유튜버가 처음 시작했고, 올해 3번째로 행사가 열렸다. 김민아는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활동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들과 인맥이 있는 유튜버로 미국에서 활동한다. 12살에 미국으로 유학 가서 대학을 나오고 그곳에서 활동하지만 한국 국적자다.
올해 ‘빌드업코리아’ 행사는 작년보다 훨씬 규모가 커졌고 미국 MAGA의 대표적인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영상 메시지도 보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선거 캠페인을 지휘했던 MAGA 세계화의 대표적인 인물 스티브 배넌도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통해 그는 “2025년 한국 대선에 중국이 개입했고,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부정선거로 대통령 자리를 훔쳤다”고 주장했고, 그 자리에 모인 우리나라 참석자들은 배넌의 주장에 열광했다.
이 행사에는 바로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 MAGA 행사 참여 중 총격으로 사망한 30대 초반의 유튜버 찰리 커크도 참석했다. 그는 지난 9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국 2030세대의 보수화 현상은 미국에서도 큰 관심사다. 한국을 첫 아시아 방문지로 택한 것도 그런 이유다.”(2025년 9월 5일자)
커크는 열렬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이며 ‘터닝포인트USA’라는 단체를 이끌었다. 이 단체는 미국 대학을 중심으로 젊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조직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커크는 팟캐스트 유튜브를 통해 MAGA 이념을 전파하고, 트럼프와 MAGA 지지 청년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조직했다.
그는 2020년 미국 대선이 부정선거였고, 바이든 전 대통령은 투표 조작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운동, 트럼프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트럼프 어게인’ 운동의 선봉에 섰던 청년이었다. 우리나라 올해 대선만이 아니라 작년 총선도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는 ‘Stop The Steal’,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는 ‘윤 어게인’ 운동은 이미 몇년 전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벌였던 운동이고 찰리 커크는 그 운동을 상징하는 젊은 MAGA 핵심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던 것이다. 미국 MAGA 관계자들이 빌드업코리아 한국 행사에 온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는 트럼프 대통령 아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전한길, 미국에 가다
커크가 밝힌 것처럼 미국 MAGA 세력은 한국에 관심이 많고, 특히 한국 젊은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들이 이런 관심은 금방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국내에 트럼프 대통령과 MAGA를 지지하는 세력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들보다 더 주목을 받았던 전한길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할 만큼 트럼프를 믿고 지지한다. 그는 지금 미국에 있고, 9월 13일 워싱턴에서 모스탄, 고든창 등과 함께 한국의 부정선거 주장과 ‘윤 어게인’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를 개최한다고 한다.
한국계 미국인인 모스탄은 얼마 전 서울시가 개최하는 공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했다가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25년 한국 대통령 선거가 “조작된 부정선거였고 중국이 개입해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범죄를 저지른 소년원 출신”이라는 거짓 주장을 퍼뜨렸고, 한국에 와서까지 그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대만계 미국인인 고든창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기 직전, 미국 언론에 ‘한국의 반미 대통령이 워싱턴에 온다’는 제목의 기사를 기고한 사람이다. 그도 이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되었다고 주장하며, 미국 MAGA 지지자들에게 한국 관련 이슈와 해석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받는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한국에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글을 올려 한국 국민을 경악시켰을 때, 트럼프의 SNS에 ‘고맙다, 이재명을 제거해야 한다’고 댓글을 달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한길은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며 한국 선거와 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하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
MAGA 글로벌 네트워크
MAGA 주요 인물들과 우리나라 몇몇 인사들이 특별히 친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데 더한 심각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첫 번째 당선 직후부터 미국 밖의 세계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고, ‘빌드업코리아’ 참석은 그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보수정치행동회의, 약자로 CPAC라는 행사가 있다. 원래 이 행사는 1974년부터 있었던 미국 내 보수주의자들의 연례 모임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MAGA를 지지하는 인사들의 모임으로 성격이 바뀌었으며 MAGA 세계화 추진에 핵심 역할을 한다.
아시아에서 최초 CPAC 모임을 했던 나라는 일본으로 2017년부터였다. 일본에서 개최되는 CPAC 모임에도 미국 MAGA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일본 CPAC는 지금까지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보수 인사들의 끈끈한 연대를 확인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2019년 호주와 브라질에서도 CPAC 모임이 시작되었고, 그해 우리나라에서도 CPAC 모임이 개최된 적이 있었다. 2022년부터는 헝가리에서도 CPAC가 개최되고 있고, 헝가리 CPAC는 전 유럽과 남미까지도 포괄한 극우 인사들의 대규모 행사로 치러진다. 같은 해 멕시코에서도 CPAC이 개최되었다. CPAC 행사를 매개로 MAGA 세력들은 유럽 남미 아시아로 그 영향력을 확장해 온 것이다. 기성 정당과 정치인들의 MAGA 글로벌 네트워크가 CPAC를 중심으로 연결되고 있다면, ‘빌드업코리아’는 청년 MAGA들의 네트워크를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미국 MAGA 세력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해당 국가 국내 정치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개입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나라 국내 정치와 외교에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주말 미국 현지 공장에서 300여 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체포, 구금된 사건에도 미국 MAGA가 개입되어 있다는 건,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이들의 활동을 그저 일회성 사건으로 여길 게 아니라, 심각하게 바라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언론은 사건의 실상에 대해 다양한 보도와 정보제공으로 시민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정부는 법률에 저촉되는 일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