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15일 연장에 정부조직개편안 합의 포기
개정안, 합의안보다 15일 늘어
“협상 엎은 이유 납득 어려워”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된 특검법 개정안 대신 독자 수정안을 처리했다. 수사 기간을 특검 재량으로 ‘30일씩 2회’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표면적으로는 기존 안보다 30일이 더 늘었는데 11일 여야가 합의한 안보다 실제 15일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지도부의 갈등상을 노출하고 정부조직법 합의처리를 포기하고 얻은 성과여서 명분도 실리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일신문 취재 결과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특검법 개정안을 협의하며 특검의 준비기간(20일) 중 사용하지 않은 15일을 수사기간으로 전용하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특검의 경우 5일만에 특검보 등 진용을 갖추고 수사팀을 출범시켰다. 여당 주도로 마련한 개정안에서 실질적으로 늘어가는 수사기간(30일)과 15일 차이가 난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특검 수사기간 일부를 줄이는 대신 야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조를 받아내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합의안을 마련한 원내지도부는 명분과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고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등과 소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당 지지층의 반발 여론이 높자 밤새 재협상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정 대표가 ‘협상안이 지도부 뜻과 다르다’면서 원내대표단이 독단적으로 야당과 합의를 벌인 것처럼 몰아붙였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여야 합의안 대신 기존 특검수사기간에 30일을 연장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특검의 수사 지휘권 일부 제외와 내란 혐의 사건 재판 ‘조건부 중계’ 등의 조항은 여야 합의안의 취지를 살려 처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여야 당초 합의안과 대동소이하다. 대신 금융감독위원회 신설 등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국회 기재위와 정무위 등의 소관이고, 해당 상임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라 패스트트랙에 태워 강행 통과시키려면 최소 18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문신사법 등 비쟁점 법안 처리도 늦춰질 수 밖에 없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특검의 수사기간이 아직 남아 있고 추후 협의를 통해 늘리는 것도 가능해 정부조직법 통과를 위해 협상을 한 것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실에서도 여야 합의 파기를 아쉬워 했다. 곽 현 국회의장 정무수석은 12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협상을 엎은 이유를 아직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그는“ 김병기 원내대표와 문진석 원내수석의 협상전략은 명분과 실리를 다 취하는 것”이었다며 “25일 본회의를 통해 온전한 정부조직법 완료 후 특검의 수사기간을 늘리는 법안은 두달 안에 언제든지 새 특검법을 발의해 처리하면 되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야당과의 협상을 통한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원내지도부의 리더십이 제대로 설 수 있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야당과의 협치와 ‘많이 가진 여당이 더 많이 내주라’고 하던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당위와 어떻게 맞바꾸느냐”고 강성 지지층 손을 들어줬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