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헌씨 주중대사 내정에 5.18단체 반발

2025-09-12 13:00:06 게재

“학살 책임자 직계 가족, 임명 철회”

중국정부 임명 동의 절차 진행 중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사실상 내정됐다. 하지만 5.18 관련 단체들은 노 이사장 내정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 내정자는 5.18 민주화운동의 학살 책임자로 지목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이다.

12일 정치권과 외교가에 따르면 노 이사장은 중국 정부의 임명 동의 절차인 아그레망을 기다리고 있다.

노 이사장은 지난달 말에도 박병석 전 국회의장 등과 함께 이 대통령의 특사단으로 중국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노 이사장을 내정한 배경에는 노 전 대통령이 과거 재임 시절인 1992년 한중수교를 맺는 등 이른바 ‘북방정책’에 힘써왔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는 한중 수교 33주년 기념일을 앞둔 지난달 20일 경기 파주 통일동산에 위치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교 당시 초심을 지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 자신도 2016년 중국 청두시 국제자문단 고문을 맡는 등 한중 교류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하지만 노 이사장이 정통 외교관 출신이거나 정권의 핵심부에서 활동해 온 인사는 아니라는 점에서 예상 밖의 인선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행위들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적지 않은 점을 들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은 노씨를 주중대사로 내정한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5.18기념재단과 5.18 공법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5.18 학살 책임자의 직계 가족을 외교의 요직에 임명하는 것은 희생자와 유족은 물론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 전체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5.18은 국가 폭력에 맞서 피로 지켜낸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라며 “이 희생으로 오늘의 민주정부가 세워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는 국민적 열망을 저버린 배신이자 역사의 아픔을 다시 짓밟는 폭거”라며 “임명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최근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상황에서 부적절한 인선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 등의 고발로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계좌 추적을 통해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비자금은 노 전 대통령이 1997년 내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추징받은 2628억원을 2013년 완납하면서 마무리된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모친 김옥숙 여사의 ‘904억 메모’를 제시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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