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내려놓고 영화로 소통하는 가족축제
은평구 일원서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17일까지 35개 국가 영화 127편 상영
지난 10일 저녁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한 영화관. 저녁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엄마나 아빠 손을 붙잡은 어린이들이 줄을 잇는다. 먹거리와 음료를 양 손에 가득 들고 있는 아이들 표정에는 생기가 돈다. 알록달록 꾸며진 촬영구역에서는 제각각 특색 있는 자세로 사진을 남긴다. 오는 17일까지 이 구역은 영유아나 어린이 동반을 금지하는 구역(No Kids Zone)이 아니라 외려 아이들과 보호자를 환영하는 구역(Yes Kids Zone)이다.
12일 은평구에 따르면 올해로 13번째 이어지는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가 오는 17일까지 일원에서 열린다. 김미경(은평구청장) 조직위원장이 지난 10일 “우리는 모두 어린이다(We Kid)”를 외치며 개막 선언을 했다. 서울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를 꿈꾸는 영화제는 벌써 13회째다.
당초 구로구에서 첫 발을 뗐던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지난 2023년 은평으로 터를 옮겼다. 구로구가 영화제에 손을 놓으면서 집행위원회에서 새로운 터전을 물색하다가 문화예술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은평에 제안을 했고 김미경 구청장이 흔쾌히 받아들여 키워왔다.
그렇게 3년. 올해 영화제에는 역대 최다 출품 기록이 세워졌다. 총 123개 국가에서 3576편을 출품했다. 은평으로 영화제가 오기 직전인 2022년만 해도 2253편에 그쳤다. 특히 영화제를 통해 어린이들을 위한 한국 영화 제작에 힘을 싣고자 했던 기획 의도도 통했다. 같은 기간 국내 출품작도 376편에서 584편으로 훌쩍 늘었다.
이들 가운데 예심을 거쳐 35개 국가에서 출품한 127편이 어린이들과 만난다. 전 세계 다양한 문화와 감성이 담긴 작품들이다. 특히 아이들이 힘든 시간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 많다. 김미경 조직위원장은 “현대에는 가족들이 같은 식탁에 앉아서도 서로 휴대전화만 보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고 세계 각국 작품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가족간 소통을 통해 아이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응원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객석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 눈길을 사로잡은 개막작은 체코 신예 감독 크리스티나 두프코바의 ‘위풍당당 벤’이었다. 독창적으로 아동과 성인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융합해 온 작가가 사춘기의 혼란과 외모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12세 소년을 섬세하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특히 올해 영화제에서는 ‘헝가리’ 작품이 눈길을 끌 전망이다. 헝가리 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씨네미라’와 협력해 엄선된 단편들을 선보인다. 동시에 부다페스트의 정취를 생생하게 전하는 삽화 전시 ‘마커스 골드선’이 진행된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한 야외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열린다. 그림책 워크숍, 필름 콘서트, 야외 상영회 등 다채로운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잔치인 만큼 특히 아이들이 반긴다. 올해로 3년째 어린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아린(역촌초 6학년) 학생은 “어린이랑 어른들이 다같이 즐길 수 있어서 좋다”며 “특히 어린이들이 제작한 영화 관람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영화제는 오는 17일까지 이어진다. 이날 오후 5시 30분 녹번동 은평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폐막식이 열린다. 김미경 조직위원장은 “영상 콘텐츠에 노출된 어린이들이 보다 건강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꿈을 키워가길 바란다”며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를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융합형 영상문화 축제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