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부르고 연속극 봤더니 '말문’ 트였다

2025-09-15 13:00:08 게재

도봉구 ‘꼼지락 영어문해교실’ 인기

중장년에 노년층까지 주민 호응 커

“영어는 덩어리 표현이 중요해요. 이건 외웠으면 좋겠어요. 외국인 친구에게 초청 받았을 때 이런 표현 한번 써보세요.”

서울 도봉구 방학동 구청 지하 1층 은행나무방. 홍콩 출신 가수이자 배우 첼시아 챈 ‘졸업의 눈물(Graduation Tears)’을 한소절씩 부르는 수강생들 모습이 진지하다. 머리가 하얗게 세고 허리가 굽은 여성에 두꺼운 돋보기를 낀 남성 등이 배흥렬 강사의 말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한소절씩 뜻을 음미하면서 중요한 부분에는 밑줄을 긋고 비슷한 표현법을 적기도 한다. 반주와 함께 한곡 전체를 부르고 나니 “다들 너무 잘하신다”는 강사의 칭찬이 쏟아진다.

오언석 구청장이 꼼지락 문해교실에 참여한 주민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 도봉구 제공

15일 도봉구에 따르면 은행나무방은 쌍문동에 위치한 평생학습관을 대수선하는 동안 임시 교육장으로 활용된다. 다양한 강좌 중에서도 성인에 특화한 ‘꼼지락 문해교실’이 인기다. 지난 2017년 ‘어르신 에이비시(ABC)영어교실’로 시작해 이듬해부터 ‘꼼지락 영어교실’로 확대해 왔는데 주민 만족도가 높다. ‘꼼지락’은 ‘함께’ ‘완전히’를 뜻하는 영어 접두사 ‘(com)’와 ‘알다’ ‘즐겁다’를 뜻하는 한자 ‘지(知)’와 ‘락(樂)’을 더한 말이다. '함께 즐겁게 배우는 문해의 장'을 의미한다.

지난해 초급반과 중급반에 참여한 54명에 물었는데 교과과정에 ‘만족 이상’이라는 답이 100%였다. 교육이 ‘매우 도움됐다’는 답도 96%에 달했다. 올해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60명씩 신청을 받았는데 이달 시작한 강좌에는 71명이 몰렸다. 신청자가 몰려 수강 인원을 확대했다. 그 가운데 28%인 20명이 상반기에 강좌를 들었던 주민들이다.

지난 3일과 5일 시작한 하반기 강의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에 진행된다. 팝송과 미국 연속극으로 배우는 영어와 기초 영어회화다. 노래를 부르고 연속극을 보면서 영어 표현법을 익히고 기본 영어 상식과 간단한 영문법에 더해 일상생활이나 해외여행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문장을 배운다. 지난 2017년부터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배흥렬 강사와 남산도서관 등 다수 기관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쳐온 최영은 강사가 주민들을 돕는다. ‘졸업의 눈물’을 비롯해 귀에 익은 ‘미안하다고 말하기 어려워(Hard to say i’m sorry)’ 등을 함께 부르고 여가시간 초대 거절 사과 등에 대한 표현을 알려준다.

각각 11월 26일과 12월 5일까지 이어지는 강의에 참여하는 주민들 반응은 뜨거울 정도다. 쌍문동 주민 이복희(64)씨는 상반기 강좌를 듣고 하반기에는 컴퓨터 앞에서 기다리다가 수강 신청을 했다. 그는 “퇴직한 뒤 쓸모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나에 대한 투자를 하기로 했다”며 “외국에 나가서도 두려움이 없어지고 아이들만큼은 아니지만 간단하게 대화에 낄 수 있으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게 해준다”며 “아이들에게 세금 내라고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이웃 주민 나덕용(70)씨는 상반기 100% 출석에 이어 하반기 강좌도 신청했다. 그는 “팝송에 취미를 갖게 돼 집에서 복습을 한다”며 “지금은 외국인을 보면 돌아서는데 1~2년 지나면 먼저 말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배움에 나이가 중요치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주민들의 열정과 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며 “주민들이 꿈을 이루고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평생교육 강좌를 통해 든든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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