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세에 아시아 증시 최고점

2025-09-15 13:00:09 게재

AI 열풍·미 금리인하 기대·달러 약세 … 기업개혁 맞물리며 투자심리 자극

11일(현지시간)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 주가 평균 종가가 44,372엔으로 새로운 최고 기록을 세웠다. AFP=연합뉴스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인공지능(AI) 투자 열기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달러 약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12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한국, 대만 증시는 주간 거래 마지막 날인 금요일에 모두 사상 최고 수준으로 마감했다.

이번 상승세는 반도체 중심의 일본, 한국, 대만 시장이 AI 붐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있다는 기대감에 기반한다. 세 나라 증시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와 맞물려 반도체 수요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받고 있다. 한국의 SK하이닉스 주가는 금요일 하루에만 7% 뛰어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회사가 AI 반도체 개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발표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음 주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8월 고용지표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이 통화 긴축을 멈추고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됐다. 신야오 응 애버딘 아시아 주식 담당 이사는 “금리 인하 기대와 달러 약세가 아시아, 특히 신흥 아시아 시장에는 모두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월가의 분위기도 아시아 증시 강세에 힘을 보탰다. 미국 S&P500 지수는 목요일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지만, 다른 선진국 지수에 비해 성과가 부진했다. 투자자들이 미국 외 지역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아시아 시장이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로베코 아시아태평양 주식 대표 조슈아 크래브는 “미국은 비싸고, 이미 많은 자금이 몰려 있으며 다른 지역이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증시는 또 다른 구조적 요인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얻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기업 지배구조 개혁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한국은 7월 상법 개정을 통해 회사 이사의 주주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자 외국인 자금이 크게 늘었다. 일본 역시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는 개혁이 진행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화됐다.

아시아 시장의 매력은 달러 약세와도 연결된다. 글로벌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지수는 올해 들어 10% 하락했다. CLSA 일본 전략가 니콜라스 스미스는 일본이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순대외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환율이 변곡점을 맞을 경우 해외로 나갔던 자금이 되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하며 “큰 자금 풀은 금리가 제로였을 때 해외로 밀려나간 일본 자산”이라면서 “엔화가 달러 대비 더는 약세를 보이지 않는 순간이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제프리스 글로벌 주식 전략 책임자 크리스토퍼 우드는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AI 투자 방식에 경고를 보냈다. 그는 이들 기업이 AI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사업 구조가 자산 경량에서 자산 중량으로 바뀌고 있고, 모두가 같은 영역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증시 고평가 논란과 함께 투자자들의 시선을 아시아로 옮기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 증시는 AI 열풍, 미국 금리 인하 기대, 달러 약세, 기업 개혁 효과라는 복합적 요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자금을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지역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을 뒷받침하는 흐름으로 평가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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