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관세로 치솟는 미국 식재료 가격

2025-09-15 13:00:10 게재

보우소나르 징역 27년

미국, 추가 조치 예고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자이르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에게 27년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보우소나르는 2022년 대선 패배 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카르멘 루시아 대법관은 판결에서 “이 형사 사건은 브라질의 과거, 현재, 미래가 만나는 자리”라며 “보우소나르가 민주주의와 제도를 침식하려는 목적으로 행동했다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르는 군사독재 시절을 공개적으로 찬양해온 인물로, 이번 판결은 브라질에서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 파괴 혐의로 유죄를 받은 첫 사례다. 그의 아들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르 하원의원은 “추가 제재가 나올 수 있다”며 미국과의 갈등 심화를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사회관계망 서비스 X에 “브라질 대법원이 부당한 판결을 내렸다”며 “미국은 이 마녀사냥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판결 직후 “매우 나쁘고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긴장은 무역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브라질산 수입품에 50%의 고율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 대한 제재는 미국 내 생활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소매점에서 원두 커피 가격은 파운드당 8.8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커피 가격은 전년 대비 21% 급등해 1997년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브라질산 아라비카 커피 수입은 올해 들어 절반으로 줄었고, 8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75% 이상 감소했다. 다른 생산국인 베트남·콜롬비아의 물량으로도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의 론 서전트 임시 CEO는 “가능한 한 가격 인상 부담을 흡수하려 하지만, 관세 영향이 일부 품목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커피뿐 아니라 오렌지 주스 가격도 치솟고 있다. 브라질 최대 산지인 상파울루주에서 감귤황화병이 확산되며 수확량이 줄고 있고, 여기에 고율관세까지 겹치면서 뉴욕선물거래소에서 오렌지 주스 선물은 파운드당 2.559달러까지 올라 최근 2주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고기 역시 브라질 의존도가 높아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면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물가 상승으로, 전체 상승분 가운데 식품 가격이 큰 몫을 차지했다. 특히 가정 내 식품 물가는 전달 대비 0.6% 오르며 한 달 전 하락세에서 반등했다. 식품 가격은 기후와 병해충 등 외부 요인에 민감해 변동성이 크지만, 소비자가 매일 체감하는 항목인 만큼 여론의 반향이 크다.

식재료가 원자재에 속하고 국제 가격이 있는 만큼,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가 향후 글로벌 물가와 무역 질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판결 이후 “법치주의를 지킨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글레이시 호프만 브라질 제도관계부 장관은 “이번 판결은 누구도 법과 국민의 의지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치 불안과 무역 갈등이 맞물리면서 미국 내 식탁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식탁에서 그 여파를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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