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한국 ‘리쥬란 주사’ 열풍
틱톡 검색량 5000% 급증 유명인 체험담이 확산 불러
지난해 가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샐리 김씨는 호르몬성 여드름으로 고민하던 중 다소 생소한 제안을 받았다. 바로 ‘리쥬란 피부 재생 주사’였다. 김씨는 결국 시술대에 앉았고, 얼굴에 수백 번의 바늘이 들어갔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간) 미국 현지에서 이름만으로도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시술이지만, 온라인상에서 피부 재생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실제 리쥬란 시술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씨가 받은 시술은 ‘리쥬란(Rejuran)’으로, 연어의 고환과 정자에서 추출한 다중핵산(polynucleotide)을 얼굴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한 번 시술로 최대 700회의 바늘 자국이 남으며, 미국에서의 시술 비용은 500달러에서 1000달러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1회 300~600달러 수준이지만, 현재 미국 전역을 휩쓰는 대중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블룸버그는 틱톡과 유명인들의 입소문이 이러한 확산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리쥬란’ 검색량은 153% 증가했으며, ‘리쥬란 피부재생 주사(salmon sperm facial)’ 검색은 무려 5000%에 가까운 급증세를 보였다. 이에 힘입어 모회사인 한국 파마리서치의 주가는 1년 사이 세 배 이상 상승했다고 전했다.
급증하는 수요는 한국 공장을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파마리서치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500만개 이상의 주사기를 판매했으며, 미국·유럽·중동으로 사업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메드스파(의학적 시술과 미용 서비스를 결합한 시설) 체인인 레이저어웨이도 올해 전국 수백 개 지점에서 이 시술을 도입했다.
시술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회사 측 주장을 인용해 “피부 수분과 탄력 개선, 모공 축소 효과가 있다”고 전했지만, 실제 환자들의 경험은 극명하게 갈린다고 보도했다. 일부는 뚜렷한 효과를 경험하지만, 다른 이들은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백 번의 바늘이 찌르는 과정에서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고 전했다.
연예인들의 체험담도 인기에 불을 지폈다. 블룸버그는 제니퍼 애니스톤이 2023년 이 시술을 경험했지만 원료와 효능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킴 카다시안도 2024년 방송 프로그램에서 같은 시술을 받는 모습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원료 공급은 연어의 자연 생명 주기를 활용한 친환경적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국의 연어가 매년 강으로 돌아와 산란 후 생을 마치는데, 한국의 국립수산과학원이 일부를 채집해 인공 번식에 활용한 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정자와 고환이 원료로 활용된다.
시술의 확산에는 규제상의 공백도 한몫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과 싱가포르는 연어 유래 성분의 직접 주사를 허용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국소 도포만 승인한 상태다. 일부 미국 메드스파는 이러한 규정을 무시하거나 우회하며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코미디언 존 올리버가 방송에서 메드스파를 “의료 관리의 서부 개척지”라며 규제 부재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또한 2024년 학술 리뷰에서는 일부 연구에서 피부 개선 효과가 입증됐지만, 다른 연구들은 뚜렷한 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비버리힐스 성형외과 의사 가브리엘 추 박사는 “피부 개선에는 혈소판 풍부 혈장(PRP) 주사 같은 검증된 대안이 있다”며, 리쥬란 피부재생 주사는 “인터넷 유행이 의료적 판단을 압도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이 시술이 ‘장기적인 의학적 개선보다는 일시적 유행에 가까운 미용 효과’로 평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