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북한 신뢰의 한계, 군사-정치 기술시스템

2025-09-16 13:00:00 게재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 푸틴, 김정은이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참관한 모습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은 전 지구를 사정권에 두는 핵·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 첨단 전자전 장비들을 대거 공개하며 군사 강국의 위상을 과시했다.

동북아는 오늘날 세계 군비지출의 약 65%를 차지하는 군산복합체의 심장부다. 6자회담 당사국 중 5개국은 21세기 들어 국방비를 50% 이상 늘렸고, 모두가 인공지능, 사이버전, 우주전력 등 신형 무기체계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은 단순한 군사력 증강 경쟁을 넘어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의 충돌과 경쟁이 집약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이란 국가안보와 세력경쟁의 맥락에서 구축되는 거대한 사회기술 체계다. 기술과 제도, 인간이 하나의 통합적 네트워크를 이뤄 특정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체계라는 점에서 군사경쟁은 단순히 무기 숫자 비교가 아니라 복합적 시스템의 상호작용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동북아, 군사-정치 기술시스템 경쟁의 공간

미국은 인도·태평양사령부를 중심으로 항모 전단, 전략폭격기, 미사일방어망, 첨단 정찰자산을 전개하며 사실상 역내 안보 시스템의 허브로 기능한다. 또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매개로 한국과 일본의 군사기술 시스템을 자국 시스템에 접속시켜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동맹국의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을 자국 중심의 초국가적 네트워크로 통합하여, 억지력과 패권 유지라는 전략 목표를 관철하려는 구도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과학기술 강군전략’을 앞세워 군사-기술 시스템의 현대화를 가속해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육·해·공군 전력과 핵무기, AI, 극초음속 미사일, 위성망 같은 첨단 기술을 아우르는 방대한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을 추격하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선도하려 한다.

미중 경쟁은 군사 증강을 넘어 반도체, 5G, 양자컴퓨팅 같은 민간 기술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테크노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특히 해군력과 미사일 역량이 핵심이다. 중국은 이미 함정 수에서 미국을 앞질렀고, 2030년경에는 잠수함 등 주요 전력에서도 미국에 필적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는 동북아에서 두 거대 군사기술 시스템 간 세력균형 변화를 촉발하며, 역내 질서를 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은 정밀무기, 해군 자산, 우주·사이버 능력을 키우며 군사적 역할을 확대해왔다. 미일동맹 하에서 미국 시스템과 긴밀히 접속해, 뛰어난 해양도메인 인식 능력과 AEGIS 구축함, 잠수함 전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우주정찰과 미사일 기술도 수준급에 올라 있다.

러시아는 극동 지역에서 일정한 전력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합동 군사훈련, 정보교류를 통해 부분적으로 협력하고 있으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북러 군사협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군사-정치 기술시스템 관점에서 볼 때, 남북한 신뢰구축과 평화체제 논의에는 몇 가지 함의가 있다. 무엇보다 이 지역의 안보문제는 단순히 이념 대립이 아니라 기술체계 간 경쟁, 억지력과 공격역량의 상호작용, 장기적인 세력 균형 변화가 핵심이다. 북한 핵문제 역시 북한 정권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핵미사일이라는 기술시스템, 그리고 역내 군비경쟁 구조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군비통제가 신뢰구축의 핵심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핵무기 고도화와 북러 동맹화, 지역 강대국의 부상과 다극화, 미국의 패권의 약화, 핵 군비경쟁의 심화, 군사기술과 현대전 양상의 변화 복합적 스케일로 진화했다. 우선, 안보 문제의 기술적 본질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 간 군비경쟁이나 미중 전략경쟁은 공격기술과 방어기술을 증강하는 체계 간 상호작용임을 알 수 있다. 군비경쟁은 그 자체로 전쟁을 일으키기보다는, 상대의 취약성을 노려 선제공격을 유혹할 수 있는 오판의 환경을 조성한다.

결국 이런 환경에서 신뢰의 핵심은 전략적 취약성을 인식하고 위기관리 메커니즘, 상호 위협을 감소하는 레짐을 형성하는 노력이다. 대결적 군사-정치 기술시스템을 관리하며 위협을 감소시키는 군비통제가 신뢰구축의 핵심이란 점이다.

홍 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