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조기 전문치료 개입이 중증화 막는 핵심 열쇠

2025-09-16 13:00:01 게재

뇌영양제 건기식만 의존하다 골든타임 놓칠 수도

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위험인자 함께 관리해야

치매 증상이 드러나기 전에 전문치료·상담 등 조기 개입으로 중증화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뇌영양제 등이 범람하면서 이것에만 의존하다보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치매학회가 12일 공동으로 ‘초고령사회 치매 예방과 치료, 미래 대응 방안 심포지엄’을 열고 치매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열되는 뇌기능 개선제 시장, 올바른 예방법은?’ 주제로 발표한 최호진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이 범람하는 현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문적 치료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진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가 12일 치매학회 심포지엄에서 치매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치매학회 제공

◆치매 발생 요인 40%, 생활습관 관리로 줄일 수 있어 = 최 교수는 치매가 단번에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인지저하(SCD) → 경도인지장애(MCI) → 치매로 이어지는 연속선상에서 점진적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중증으로 질환이 전개되면 사실 상 완치와 회복이 어려우므로 증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 ‘조기 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이 2024년에 발표한 ‘치매 위험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발생 요인의 40% 이상은 생활습관 관리로 줄일 수 있다. 청력 관리, 혈압·당뇨 조절, 우울증 치료, 사회적 교류 확대 등 다양한 요인이 포함된다.

또한 북유럽에서 진행된 대규모 핑거스터디(Finger Study) 역시 1200명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식단 개선, 운동, 인지 훈련, 혈관 위험 인자 관리 프로그램을 2년간 적용했을 때 대조군보다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유의하게 늦춰짐이 확인된 바 있다. 최교수는 “인지기능의 관리는 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의 주요 인자에 대한 복합적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개입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의료진이 개입해 전문 치료를 포함한 체계적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단순히 특정 성분의 건강 제품을 복용하는 것으로 예방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시중에서는 ‘뇌영양제’, ‘기억력 개선제’라는 이름으로 건강기능식품이 다수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름은 의약품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은 정제, 캡슐 등 의약품과 형태가 유사하기 때문에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 오인되기 쉽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건강과 관련된 ‘기능성을 가진 식품’에 해당한다. 때문에 인지 능력 관련 제품 기능성을 보면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등으로 표시된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에 포함된 대부분의 성분들은 의학적 효과로 인정되어 적응증으로 ‘치료 효과’를 인정 받은 케이스는 없다. 또 경제적 면에서도 하루 섭취 비용이 약 1000원 이상으로 한 달이면 3만원을 훌쩍 넘어 소비자 부담이 적지 않다.

은행나무 잎.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은행잎 추출물, 인지개선 도움…환자 상태 따라 치료 접근 달라 = 이날 발표에서 처방을 통해 이뤄지는 약물 치료 사례로는 ‘은행잎 추출물’이 언급됐다. 은행잎 추출물은 혈액순환 개선제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치매 등 인지기능 장애 치료에서는 뇌 혈류를 개선하고 항산화·신경세포 보호 기전을 통해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최 교수는 “은행잎 추출물은 뇌혈류 개선과 항산화, 신경세포 보호 등 다양한 기전을 통해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특히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효과와 안전성과 관련 다양한 근거가 마련이 되어 있어서 조기 개입의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신경인지질환 전문가그룹(ASCEND)은 2021년 합의문에서 은행잎 추출물을 MCI 증상 치료에서 ‘Class I, Level A’로 권장되는 유일한 약제로 제시했다. MCI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임상(RCT), 독일 리얼월드데이터(RWD) 분석 역시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았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MCI로 처음 진단받은 65세 이상 환자 2만4000여명을 평균 3.8년, 최대 20년간 추적한 결과 은행잎 추출물을 5회 이상 복용한 환자군은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약 42% 낮았다. 이러한 근거에 따라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은행잎 추출물을 MCI 환자의 증상 관리 약물로 승인하고 있다.

은행잎추출물은 건강기능식품 원료로도 쓰인다. 포스파티딜세린 성분과 혼합해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용량은 건강기능식품과 차이가 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은행잎추출물의 최대 함량은 1일 150mg이다.

반면 경도인지장애 등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의 용량은 통상적으로 240mg이다. 발표된 아시아 전문가 그룹 (ASCEND)는 알츠하이머 치매(±CVD), 혈관성 치매, 혼합형 치매 치료의 용량으로 240mg를 권장하고 있고, 은행잎추출물을 사용한 인지기능, 경도인지장애(MCI), 치매 환자 대상 주요 RCT 임상들은 대부분 하루 240mg 용량을 사용했다.

최 교수는 “일부 뇌영양제, 건기식 등이 은행잎 성분 등의 뇌기능 개선효과가 기대되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약물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환자의 증상과 경과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실제 예방 효과를 낼 수 있는 용량과 병용 약물 등을 사용해야 치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 교수는 “치료의 경과, 약물에 대한 반응에 따라 치료에 대한 접근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증상 초기부터 의료 기관을 방문해서 전문가 상담을 통해서 지속적 치료를 받는 것이 중증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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