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1심 단독관할로 개정 추진

2025-09-16 13:00:23 게재

대법 “합의부 사건 급증 … 신속·효율처리 필요”

박희승 의원, 1월 법안 발의 … 재판지연 해소

상임위 계류 중 … 10월 정기국회서 통과 주목

대법원이 법원조직법을 고쳐 보이스피싱 범죄사건 1심 재판관할을 형사합의부에서 단독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판지연 해소를 위해 이같은 내용으로 입법발의하자, 대법원이 입법지원 활동에 나선 것이다. 해당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10월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건이 전국 지방법원 형사합의재판부로 대거 몰려들면서 ‘재판지연’ 문제가 심각해지자 1심 재판 관할을 ‘합의부→단독’으로 바꾸는 내용이 핵심인 ‘통신사기 피해 환급법 관련 법원조직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국회를 찾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부는 판사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다. 형사재판의 경우 법에 일정한 형량 이상 선고되도록 정해놓은 사건(법정형)은 합의부가 관할한다.

원칙적으로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한다. 재판장은 통상 법관 경력 15년 이상의 부장판사가 담당하고, 배석판사는 경력이 적은 판사가 배치된다. 합의부 관할이 아닌 사건은 단독판사가 맡는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난 2023년 11월 17일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에서 ‘징역 1년 이상으로’ 높아진 ‘개정 통신사기 피해 환급법’이 시행되면서 1심 재판관할이 단독에서 합의부로 바뀌었다. 그러자 그동안 단독판사가 맡던 보이스피싱 사건들이 합의부로 대거 넘어왔다.

법원행정처가 15일 밝힌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전국 지방법원 형사합의부에 신규 배당된 사건 중 보이스피싱 관련 사건비율이 27.4%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달 13.3%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38.3%), 서울서부지방법원(35.8%), 인천지방법원(48.0%), 대구지방법원(40.0%) 등 일부 지방법원에서 신규 사건 절반 가까이가 보이스피싱 사건이다. 지난해 10월 이후에는 전국 평균 20~29%를 기록하고 있다.

또 대한민국법원 사법정보공개 포털이 지난달 18일 집계한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7월 미제사건은 서울중앙지방법원 1277건, 서울남부지방법원 592건, 인천지방법원 1215건, 대구지방법원 496건에 달했다. 이 기간 전국 총 미제사건 수는 1만5117건에 달했다.

보이스핑 사건이 합의부로 몰리면서 1심 법원 사건처리가 갈수록 지연되고 있다. 202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심 불구속 형사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이 단독판사는 181일이었지만, 합의부는 229일로 한 달 이상 더 걸렸다. 합의부는 판사 3명이 합의 과정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건 처리 기간이 당연히 더 필요한 것이다.

이에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 1심 재판관할 변경이 필요한 것으로 봤다. 법원조직법 제32조 합의부의 심판권 조항에 있는 단독관할 특례에 ‘보이스피싱 사건을 추가하자’는 것이 골자다.

해당 조항은 사법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합의부 재판관할이라도 쟁점이 간단한 사건들에 대해 단독관할로 정한다.

실례로 형법의 특수상해, 폭력행위처벌법의 공동 존속폭행, 부정수표단속법의 수표위·변조, 도로교통법의 음주운전,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산업재해 등이다.

법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건은 단독관할로 신속·효율적으로 처리해야 늘어나는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피해자 구제의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며 “형사사건 관련해서는 대표적 민생법안으로 볼 수 있으므로 법원조직법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라는 일선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정형이 상향됐지만 판사의 심리부담은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희승 의원은 “보이스피싱 사건은 현금수거책·전달책·인출책 등 사실관계가 비교적 단순하고 전형적인 사건”이라며 “보이스피싱 사건은 신속한 처리를 통한 재판지연 해소 필요성 등을 고려해 단독관할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정형 상향으로 보이스핑 관련 사건의 대부분이 합의부 관할 사건이 됨에 따라 전국 법원의 형사합의부 접수 사건이 급증했다”며 “기존에는 주로 단독 재판부에서 심리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10월 정기국회에서 처리와 관련해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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