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폭탄에도 세계무역은 증가”
‘DHL 2025’ 보고서 … “세계 무역체제 무너뜨릴 만큼 미국 영향력 크지 않아”
향후 5년간 세계 무역은 지난 10년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에 관세폭탄을 부과함으로써 세계 무역 성장세가 다소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16일 ‘DHL Trade Atlas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세계 무역은 지난 10년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앞으로 무역정책에 대한 사상 최고 수준의 불확실성이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24년부터 2029년까지 세계 무역량은 연평균 3.1%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트럼프의 관세 인상안이 완전히 시행될 경우 세계 무역 성장세는 둔화되겠지만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관세폭탄은 미국이 자급자족을 강화하고, 국제무역 활성화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지만 대부분 국가들은 이러한 행보를 따라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세계 상품 수입점유율은 약 13%(미국이 세계상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라며 “미국의 무역정책이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지만 세계 무역체제를 무너뜨릴 만큼 크지 않다”고 단정했다. 미국이 수입을 대폭 줄인다고 해도 세계 무역시장이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또 보고서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무역규모를 분석하고 “이 기간 중 중국의 무역규모가 8280억달러(약 1148조원) 증가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6520억달러) 인도(2610억달러)가 2~3위를 차지했다. 인도는 2019년 이후 연평균 5%씩 무역규모가 증가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인도가 중국의 공급망을 흡수한 것이 주요인이다.
한국은 2024년부터 2029년까지 무역량이 2440억달러 증가해 절대 무역규모가 세계 4위였다. 5~10위는 아랍에미리트(UAE, 2320억달러) 베트남(1930억달러) 폴란드(1930억달러) 말레이시아(1280억달러) 대만(1220억달러) 브라질(1210억달러)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는 “향후 5년간 무역규모 성장률과 절대량에서 모두 세계 30위권에 진입할 국가는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이라며 이들 4개국을 미래 성장 선도국으로 예측했다. 2029년까지 무역규모 성장률과 절대량에서 모두 한국을 앞설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중국 미국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멕시코 홍콩 등이다.
주목할 지역으로는 남부 및 중앙아시아,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를 꼽았다. 남부·중앙아시아의 무역규모 연평균 성장률은 과거 5년 3.9%에서 향후 5년 5.6%로 증가하고, 사하라이남 아프리카는 0.8%에서 5.3%, 동남아시아는 3.6%에서 5.0%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2.9%에서 2.8%로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고소득 경제권은 세계 무역총량의 58%를, 저소득 및 중소득 경제권은 42%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미국의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공식 수치상으론 줄었지만 실제론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수입업체들이 관세비용을 줄이기 위해 수입량을 적게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고, 중국 제품이 제3국을 통해 우회 수입됐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