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처방 남발 방지” vs “비대면진료 규제”

2025-09-16 13:00:27 게재

의료법 개정안 발의 돼

‘DUR 확인’ 의무화 규정

스타트업 “이용 1260만건”

“의약처방의 남발을 방지해야 한다.” “과거로 회귀하는 규제다.”

비대면진료플랫폼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비대면진료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의료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게 원인이다.

16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 비례대표)은 ‘비대면진료법’(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핵심은 처방남용 방지에 있다. 이를 위해 비대면진료 시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 확인을 의무화했다. 최근 일부 플랫폼에서 발생한 부작용을 반영한 조치다. DUR은 의약품 안전성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안전성 미확보 약물의 처방을 차단하기 위해 운영된다.

특히 의료인에 비대면진료 거부·중단 권한을 부여했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적정제공 표준지침을 마련해 권고하도록 했다. 플랫폼업체에 대해서는 분기별 비대면진료 현황조사 결과 보고와 자료제출을 의무화했다. 초진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약의 종류나 기간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았다.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 운영을 금지하고 원칙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대면진료가 물리적으로 어렵거나 전문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병원급의 비대면진료시장 진입이 허용된다.

의료계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개정안이 비대면진료를 기존 의료의 보완수단이어야 한다는 의료계 주장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최근 비대면진료 처방금지의약품을 지정해도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UR 확인 의무화, 처방가능 의약품과 처방일수 등을 제한해 환자안전을 강화하도록 했다”고 밝혔다.비대면진료 스타트업들은 “과거로 회귀하는 규제”라며 반발했다.코리아스타트업포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지난 5년간 많은 국민이 이미 안전하게 이용해 온 제도를 다시 제한하려는 것”이라며 “국민의 경험과 권익을 후퇴시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 이후 약 1260만건의 비대면진료가 이뤄졌다. 코로나19 재택치료를 제외하더라도 492만명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대리처방 등 불법 의료행위나 의료사고 등은 특별히 없었다. 시행기관의 99%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고혈압 당뇨병 급성 기관지염 비염 등 경증 또는 만성질환 위주로 안전하게 진료가 진행됐다.

원산협은 “비대면진료는 이미 일상적인 진료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그 효과와 안정성도 충분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국민의 보편적 의료접근권을 제한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헬스테크분야 기술주도권 상실도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년마다 발간하는 ‘보건의료산업 기술수준 평가 전문가 설문 및 결과 분석’에서도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원격의료기술은 미국보다 2년, 중국보다 3.3년 앞서 있었다. 그러나 2024년 중국은 미국과의 격차를 1.5년으로 좁히며 우리를 추월했다. 우리의 법과 제도가 제자리걸음한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원산협에 따르면 국내 비대면진료 중개플랫폼은 10개 내외로 감소했다. 부정적 인식과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민간투자 위축이 원인으로 꼽힌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