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침체에도 건설사 회사채 흥행 요인은
수요예측 인기몰이 지속
금리인하에 투자처로 부각
부동산시장 침체와 건설안전 비용 증가 등으로 불황에 갇힌 건설업계가 회사채 발행에는 성공하면서 단기 자금경색 위기를 벗어나게 됐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은 회사채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건설(AA-)은 무기명식 이권부 보증 일반사채를 3100억원 발행했다. 당초 20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지난달말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모집 예정금액의 5배가 넘는 1조원 이상이 몰리면서 발행액을 증액했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현대건설 단일 공모채 발행 규모로는 2020년 9월의 41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현대건설은 조달 자금으로 녹색 건축인증 프로젝트 진행 대금과 미국 텍사스주 콘초 카운티에 설립하고 있는 350메가와트(㎿) 규모 루시(Lucy) 태양광발전소에 지분 투자할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A-)도 7월말 회사채를 추가 발행했다. 처음 1300억원 발행을 목표로 세웠지만 두배인 2600억원을 발행했다. 만기구조(트랜치·Tranche)별로 1년물, 1.5년물, 2년물 전 물량이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앞서 SK에코플랜트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모집금액의 6배가 넘는 285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민간채권평가(민평) 대비 낮은 금리인 3.522~4.284%로 발행됐다.
HDC현대산업개발도 회사채 시장에 4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해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산업개발은 6월말 12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웠지만 수요예측에서 2320억원이 몰리며 총 151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현대산업개발 회사채 발행은 서울원 아이파크 분양 성공과 분양예정 단지의 안정적 수익기대감이 작용해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4월 11일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사고가 난 포스코이앤씨도 사고 직후(4월 15일) 회사채를 발행, 목표액 1000억원의 두배인 2000억원 발행에 성공했다.
건설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확대하는 것은 업황 침체 때문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이 위축되고 분양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조달 경로가 막히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해 단기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같은 시점에 낮은 금리가 유지되면서 건설사 회사채 발행은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설사 회사채에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8월 28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건설사 회사채는 시장에서 투자금 확보가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형석 현대건설 재경본부장(CFO)은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에 기존 계획보다 증액된 물량을 경쟁력 있는 금리로 발행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사업 추진을 기반으로 채권 발행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