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기업에 ‘대출·보증’ 제한…연기금 투자도 영향

2025-09-17 13:00:13 게재

‘중대재해 이력’ 신용평가 항목에 … 보험료 할증에도 반영

사고발생과 형사 판결, 당일 공시… ESG평가에 반영 의무화

금융당국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대출과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연기금 등이 투자 판단에 고려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가이드라인도 중대재해 발생을 고려해 개정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중대재해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 세부방안’을 공개했다. 지난 15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금융권 대출·보험, 정책금융, 자본시장 공시·평가 등 전 금융부문을 포함하는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재해예방TF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금융위는 기업의 대출심사 등에 중대재해를 반영하기로 했다. 중대재해 이력을 신용평가 항목과 등급조정 항목에 명시적으로 반영하고, 신용평가 항목 중 영업·경영위험의 배점을 상향 조정하는 방식이다. 올해 안에 은행권 신용평가 기준을 개정해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평가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하기로 했다. 현재 은행은 차주의 기본적 경영·영업위험 등을 평가하고 있지만 중대재해를 명시적으로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

‘한도성 대출약정’도 보완하기로 했다. 현재 일부 은행들은 ‘신용상태의 현저한 하락이 예상되는 언론보도가 사실로 확인’되거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사 개시 또는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등을 한도성 여신 감액·정지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은행권 전체로 확대해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대출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보증도 제한한다. 현재 주택금융공사는 PF 신규 보증 심사시 시공사의 부실시공·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기업평가 평점에서 5점 감점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대재해 기업의 위법행위 수준에 따라 단계별 확대 적용 등으로 보증심사 감점 제도를 강화할 예정이다. 1단계에서 현재 일률적으로 운영 중인 감점제도를 단계별로 차등·확대 적용하고, 2단계는 보증심사를 통해 산출한 최종등급을 각 1단계씩 하향 조치하고. 3단계는 보증을 제한하는 구조다. 감점제도 적용 수준에 따라 가산 보증료율을 신규 도입하고 안전관리 우수기업에 대한 우대 보증료율은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주택금융공사 내규를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보험료 산정에 있어서도 중대재해를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 보험사들은 대부분 중대재해 사고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3년 이내 사고 미발생시 할인요인으로만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3년 이내 중대재해 사고 발생 여부, 동일유형 사고의 반복 발생 여부 등을 보험료 할인·할증(-5%~15%) 요소로 반영하기로 했다. 안정성 공인 인증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할인(-10% ~ -5%) 해주기로 했다.

시장 자금 조달에 있어서도 중대재해 기업들이 불이익이 받는 방안이 추진된다.

상장회사가 중대재해 발생 및 중대재해처벌법상 형사판결 관련 사실·현황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현황·대응조치 등을 고용노동부에 보고한 당일 공시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의 형사법원 판결 결과를 확인한 당일 관련 사실·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에 공시대상기간 동안 발생한 중대재해 현황·대응조치 등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한다.

이와함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에 중대재해 발생사실을 반영하기로 했다. 중대재해 발생이 확인된 경우 ESG평가에 반영하도록 의무화(평가기관 가이던스상 근거 명시)하고 투자대상회사에 중대재해 발생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투자판단에 고려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 및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중대재해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행정·사법 조치가 강화되면 해당 기업의 향후 영업활동이나 투자수익률 등이 과거와 달리 크게 변화할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해 금융부문은 건전성 유지를 위한 리스크 관리 및 투자자 보호를 선제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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