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인수에 흔들린 KDP, 분할이 기회

2025-09-17 13:00:15 게재

10월 분할 계획 발표

주가 반등 계기되나

미국 2위 음료업체 큐리그닥터페퍼(Keurig Dr Pepper, KDP)가 지난 8월 25일 유럽의 JDE 피츠(JDE Peet’s)를 약 160억유로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시 KDP의 시가총액은 약 472억달러였으나, 최근 370억달러 선까지 줄어들며 약 50억달러 이상 증발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부담이 커진 모양새지만, 오는 10월 27일 예정된 기업 분할 계획 발표가 저가 매수 신호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인수는 KDP가 2018년 합병으로 출범한 이후 가장 큰 구조 재편이다. 회사 측은 인수를 마친 뒤 음료 부문과 커피 부문을 각각 독립 상장사로 분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음료 부문은 닥터페퍼, 캐나다드라이, 스내플 등 탄산 및 비탄산 음료를 중심으로 연 매출 11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커피 부문은 연간 160억달러 매출로 ‘글로벌 커피 챔피언’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팀 코퍼 최고경영자(CEO)는 “두 개의 승리하는 회사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8월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KDP는 이번 거래를 통해 미국 증시에 커피 전문 상장사를 신설함으로써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커피 부문은 네슬레, 스타벅스 등과 직접 경쟁하는 영역이지만,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안정적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음료 부문은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안정적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배당 매력을 높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인수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KDP는 JDE 피츠 주주들에게 주당 31.85유로를 현금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는 발표 전 종가(26.5유로) 대비 약 20%의 프리미엄이다. 이러한 조건은 투자자들에게 “비싸게 샀다”는 인상을 주며 주가 하락을 불렀다. 실제로 인수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KDP의 커피 사업 부진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인한 원가 상승 부담까지 겹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 27일 예정된 3분기 실적발표와 투자자 업데이트에서 공개될 기업 분할 계획은 주가 회복의 촉매제로 지목된다.

분할 이후 두 회사는 각각 성장성과 수익성에 맞는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고, JAB홀딩스가 여전히 양사 지분 약 5%를 유지하는 점도 장기적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특히 음료 부문은 북미 시장에서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커피 부문은 글로벌 소비 확산이라는 구조적 성장세를 등에 업고 있어 독립 시 더 높은 주가수익비율(PER)과 기업가치평가(EV/EBITDA)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EV/EBITDA는 기업가치(EV)를 세전·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지표로, 영업활동에서 창출하는 현금흐름 대비 기업이 얼마나 비싸게 거래되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최근의 주가 하락은 단순한 부정적 신호라기보다 향후 구조적 변화에 대비한 매수 기회로 해석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 주가는 약 38~39달러 수준으로, 현재 주가 대비 40% 안팎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단기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KDP가 10월 말 발표할 3분기 실적과 분할 계획이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면, 두 독립 기업의 잠재력이 재평가되며 주가 회복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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