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못찾는 홈플러스 사태에 당정 등판
TF 구성한 민주당, 원내지도부 현장간담회 예정 … 정부도 사회적 기구 검토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마땅한 타개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대규모 폐점에 나서는 등 노동자, 입점업주,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여당이 구원투수로 등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 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TF 단장은 유동수 의원(인천 계양갑)이 맡고, 최기상 의원 등 1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 3월 을지로위원회 산하에 구성해 활동해온 ‘홈플러스 대책 TF’를 확대한 것이다.
문대림 대변인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MBK의 자구노력이 없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들에 대해 정책적으로 어떤 대응이 가능한지 살피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오는 19일 서울 홈플러스 강서점을 방문해 노조·중소상공인과 간담회를 열고 MBK파트너스에 적극적인 정상화 방안을 촉구할 예정이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리한 차입 경영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부채를 우량자산 매각을 통해 상환했다”며 “이로 인해 (홈플러스의) 경쟁력이 약화됐고 채무 조정을 위해 기업회생을 신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만명이 넘는 노동자, 중소상공인의 고용 및 재산상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MBK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원내대표단이 방문해 노조와 중소상공인의 간담회를 통해 요구사항이 인수합병(M&A)과 회생계획에 반영될 수 있게 하는 등 MBK에 적극적인 정상화 방안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경제·공동체에도 피해 = 앞서 11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방문해 노동부 차원의 책임있는 대응을 약속했다.
김 장관은 이날 현장을 찾아 “범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이같이 약속했다. 그는 “폐점은 단순히 기업의 문제가 아니고 지역 경제와 공동체에 심각한 파급을 미친다”며 “노동부도 주무 부처로서 책임있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처 내 TF를 운영해 고용 동향과 현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노조가 제안한 사회적 대화 기구도 검토하고, 이번 사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량한 인수자를 찾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라며 “부당한 노동 행위가 확인되면 엄정히 대응하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소강 상태 피해, 재확산 조짐 = 정부와 여당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3월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 개시 후 소강 상태였던 홈플러스 관련 피해가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인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오는 11월 10일로 연장됐다. 당초 7월에서 9월로 넘어갔다 재차 미뤄진 것이다. 인가 전 M&A 절차를 통해 회생계획안 제출 전까지 원매자를 찾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여기에 정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홈플러스의 매출 감소로 자금난도 악화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 점포의 전기요금 9월 청구분도 제때 내지 못했다.
홈플러스는 자구책으로 임대 점포의 임대료를 깎기 위해 협상에 나섰으나 임대인 대부분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홈플러스는 최근 임대료 조정이 결렬된 15개 점포를 연내에 모두 문을 닫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원 원천·대구 동촌·부산 장림·울산 북구·인천 계산 등은 오는 11월 16일, 서울 시흥·가양·일산·안산고잔·화성동탄·천안신방·대전 문화·전주완산·부산 감만·울산 남구점 등 10개 점포는 12월에 문을 닫는다.
◆폐점 대상 매장직원, 입점업주 반발 = 폐점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해당 매장 직원들과 입점업체 점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입점 점주들은 예상보다 앞당겨진 폐점 일정에 모든 투자금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을 수 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집단행동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직원들은 대규모 폐점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 입점 점주, 노동자, 홈플러스, MBK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과 김병주 MBK 회장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다만 홈플러스 노조는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무기한 노숙 농성을 잠정 중단하고 그 결과를 우선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안수용 노조 지부장은 “김 장관이 선량한 인수자를 통한 M&A를 적극 추진하고, 추석 명절 전까지 관련 부처와 당사자들로 구성된 TF를 구성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보고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정부의 구체적 답변과 이행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만약 추석 전까지 정부의 답변이 없거나 약속이 미흡하다면 더욱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금 회수 못한 투자자도 고통 호소 = 한편 홈플러스 자산유동화증권 전자단기사채(ABSTB, 유동화전단채) 피해자들도 투자금 회수가 미뤄지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유동화전단채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카드구매채권을 기반으로 발행된 무담보 유동화 금융상품이다. 주로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됐으며 신영증권·하나증권·유진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증권사를 통해 유통됐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피해 규모는 약 2075억원에 달하며, 피해자 수는 676명이다. 이들은 지난 5월 신영증권과 하나증권과 간담회를 열어 선·가지급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비대위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 앞에서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