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기준 'IFRS 18' 도입 시 업종별 영업이익 변동성 확대

2025-09-17 13:00:44 게재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차익 … 유·무형자산 처분 손익·손상 차손 영향

업종별 희비 엇갈려 … 석유화학·2차 전지·유통 ‘부담’ 건설·조선 ‘수혜’

경기둔화·구조조정 국면에서 영업손익 더 민감한 반응 … 혼란 불가피

2027년 1월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18, K-IFRS 제1118호, 재무제표 표시와 공시)가 시행되면서 업종별 영업이익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 새 회계기준은 현행 영업이익과 개념 및 구성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는 등 기업들의 영업이익 산정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차익 충격이 고스란히 영업이익에 반영되고 기업의 유·무형자산 자산 매각과 손상 차손 등도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향후 경기 둔화나 구조조정 국면에서 IFRS 18 기준 영업손익은 현행 기준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16개 업종 중 14개 영업이익률 낮아져 = 17일 나이스신용평가와 회계업계에 따르면 새 회계기준인 IFRS 18호에서는 영업손익의 정의와 표시 방식, 범주가 현행 방식과 완전히 달라진다.

영업손익을 ‘주된 영업활동’과 ‘영업 관련 활동’으로 구분하면서 영업은 투자, 재무, 법인세, 중단 영업으로 분류되지 않는 모든 수익과 비용을 포괄하는 잔여 범주를 포함한다. 이에 따라 현재 영업외손익으로 구분하고 있는 유·무형자산 처분이익, 감가상각 대상 자산의 손상 차손, 영업 관련 환차익·환차손이 영업손익으로 이동한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영업이익 정의 변화의 영향을 추정해 보기 위해 총 16개 비금융업종의 66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과거 영업이익 변화 폭을 계정 단순 조정을 통해 분석한 결과 IFRS 18 기준 영업이익률은 최근 5년간 현행 대비 평균 0.31%p 낮아졌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에는 0.49%p, 업황 부진이 심화된 2024년에는 0.43%p 하락하며 격차가 확대됐다. 이는 주로 유·무형자산 처분 손실과 손상 차손에서 비롯됐다. 특히 대규모 손상 차손과 자산 매각 손실이 발생한 해에는 영업이익의 낙폭이 더 커졌다.

전체 16개 업종 중 14개 업종에서 IFRS 18 기준 영업이익률이 현행 기준보다 낮아진 가운데 세부 업종별로 들여다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석유화학·철강·2차전지·항공·해운·소매유통·통신 등 7개 업종의 5개년 평균은 0.5%p 이상 하락했다. 격차는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과 구조적 부진이 심화된 2024년에 두드러졌다. 작년에는 석유화학·2차전지·소매유통 업종에서만 4조4000억원 규모의 유·무형자산 관련 손실이 발생했다. 이 업종들은 자산손상과 재고 평가손실, 환율 변동에 취약한 특징이 있다. 손상 차손이 일상적인 업종일수록 새 기준이 불리하게 작용함을 알 수 있다.

반면 건설과 조선 업종은 긍정적 결과를 보였다. 해외 플랜트와 선박 수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차익과 개발사업 이익이 영업손익에 포함되면서 영업이익률이 기존보다 개선됐다. 그러나 이는 환율과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따라 수시로 달라질 수 있는 일시적 요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화 관련 손익 역시 업종별로 희비가 갈렸다. 건설, 조선, 2차전지는 환차익 효과로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반면, 항공, 석유화학, 정유 업종은 환차손 반영으로 오히려 악화됐다. 특히 항공업은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용 등 외화 지출이 커 환율 급등기에 영업손익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반면 조선업은 달러화 매출 비중이 높아 원화 약세 시 오히려 영업손익이 개선되는 구조다. 같은 외화 관련 손익이더라도 업종의 비용·매출 구조에 따라 정반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박선지 나이스신평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IFRS 18 도입 시 업황 사이클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영업이익률의 변동성도 커질 것”이라며 “영업실적이 부진한 기업은 유·무형자산 관련 손실이 영업손익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영업자산 처분과 손상 차손 인식, 외환 관리 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주사 적자 전환 우려 = 지주회사의 경우 지분법 손익이 제외되면서 영업 적자 전환 위험도 커진다.

지주회사의 지분법 손익은 투자 범주로 분류하도록 규정해 영업손익에서 제외한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의 경우 영업 적자 전환 위험도 커진다. 지분법손익을 투자범주로 분류할 경우, 지분법이익이 발생하면 이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지분법손실이 발생하면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2023년 말 기준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분법손익을 투자범주로 분류하고 있는 32개 지주사 중 26개사(81.3%)의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15개사(46.9%)는 영업이익 감소 폭이 3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분법 손익을 영업손익으로 분류하고 있는 지주사의 경우 IFRS 18 도입에 따른 영업손익의 변동 수준과 그 영향을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영업손익의 적자 전환 여부, 영업손익 지표 변동에 따른 특약 조건 충족 여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최소 3년 이상 비교표시 공시 필요 = 한편 새 회계기준은 단순한 회계상의 차이를 넘어 사채 발행 특약 해석 등 법적·계약적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업손익에 비경상적 요인이 반영되면서 변동성이 커지면 회사채 발행 시 특약 조항에서 정의한 영업이익 해석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회계기준원은 새로운 영업이익 도입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를 감안해 ‘경상 영업이익’ 등의 정보를 주석에 병기하는 등의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계기준원은 ① ‘경상 영업손익’을 별도로 정의해 손익계산서 본문에 표기하거나 주석에 표시하는 방식, ② 현행 영업이익을 주석에 표시하는 방식, ③ ‘경상 영업이익’ 정보를 성과측정치(MPM)로 제공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다. 기간은 3~5년 병기 후, 병기 여부를 다시 결정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IFRS 18 도입시 최소 3년 이상의 비교표시 손익계산서를 공시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이는 단순한 회계상 형식적 요구를 넘어, 과거 실적과의 연속성을 확보하여 기업의 실질적인 성과 추세를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재무제표 이용자에게 새로운 기준 적용 이후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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