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여섯번째 지구 대멸종에 대한 경고

2025-09-17 13:00:32 게재

지구의 역사는 생존과 멸종의 반복으로 점철되어 있다. 고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지난 46억년 동안 최소 다섯 차례의 지구 생물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4억4000만년 전 오르도비스기 말 해수면 급강하로 인한 빙하기, 데본기 후기의 수백만 년에 걸친 기후 변동과 해양 무산소 현상, 지구 최대의 대멸종인 2억5000년 전 페름기 말 화산활동과 메탄가스 분출로 인한 기온 폭등, 트라이아스기 말 화산활동과 온난화, 그리고 6600만년 전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사라진 사건까지, 모두 지구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질 때 벌어진 사건이었다.

지질학자들은 지금을 인류세라 부르기도 한다. 인류의 활동이 지구 지질과 생태계 전반을 바꿔놓을 만큼 강력한 시대라는 뜻이다. 화석연료로 쏟아낸 2조5000억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 농도를 산업혁명 이전 약 280ppm에서 현재 420ppm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불과 200년 만에 지구 대기조성의 균형을 바꿔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대멸종은 빙하기, 초대형 화산 분출, 소행성 충돌처럼 즉각적이고 파괴적인 사건이 원인이었는데, 지금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과연 그만큼 치명적일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지금의 온실가스도 파괴적인 사건

페름기 말 대멸종 당시 시베리아 트랩에서 분출된 막대한 양의 CO₂와 메탄은 지구 평균기온을 약 8℃ 끌어올렸고, 전체 종의 90% 이상이 사라졌다. 결국 기후 변화를 불러온 온실가스 폭증이 대멸종을 일으킨 셈이다. 지금 인류가 만들어내는 변화도 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변화 속도는 지질학적 시간으로 보면 거의 ‘충돌’ 수준이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 남짓한 기간에 CO₂ 농도가 140ppm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과거 빙기·간빙기 주기에 따라 수십만 년에 걸쳐 변동하던 폭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질학자들은 지금의 추세를 “자연사에서 전례 없는 급격한 전환”으로 평가한다. 느리게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거 멸종 사건 못지않게 파괴적인 속도라는 것이다. 오늘날 인류는 유례없는 규모로 지구의 생존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1800년대 초 인류 인구는 약 10억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 61억 명을 거쳐 2022년에는 80억명을 넘어섰다. 불과 200년 만에 8배 증가한 것이다. 1인당 에너지 소비가 1820년 약 20기가줄(GJ)에서 2020년 80기가줄로 늘어나면서, 인구 증가와 맞물려 총에너지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했다. 그 결과 현재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연간 570억 이산화탄소 환산 톤에 달한다. 이는 파리협정이 제시한 안전선의 두 배 이상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복원력 센터는 지구의 9대 ‘행성 한계’ 중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질소·인 순환, 토지 이용, 담수 사용 등 6개가 이미 안전 영역을 벗어났다고 분석한다. 지구가 지탱할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한 것이다.

Global Footprint Network는 “지금 인류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구 1.7개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80억 인류가 미래 세대의 몫을 빼앗아 쓰며 지구를 소모하고 있는 셈이다. 온실가스 증가는 단순한 온도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빙하 융해로 인한 해수면 상승, 해류와 기후 순환의 붕괴, 산소 순환과 먹이사슬 붕괴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이미 북극 빙하와 그린란드 빙하의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아마존 열대우림의 탄소 흡수 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는 과거 대멸종 시기의 ‘도미노 현상’과 다를 바 없다. IPCC는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3℃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곧 생태계의 절반 이상이 서식지를 상실함을 의미한다.

우리의 시선을 태양계로 넓히면 또 다른 경고가 보인다. 화성은 대기 압력이 낮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95%에 달해 생명체가 살 수 없다. 금성은 한때 ‘지구의 쌍둥이’라 불렸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96%를 차지하며 지표 온도가 460℃까지 치솟았다. 행성의 기후균형이 무너질 때 어떤 종말이 오는지 우리는 이미 우주 이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구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대멸종 현실이 될 것

지구 대멸종은 ‘우연한 자연의 사건’으로만 오지 않는다. 오늘날 위기는 인간이 스스로 불러온 결과이며 따라서 인간이 멈출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전 지구적 탄소 감축 행동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 포집과 저장(CCS), 산업 구조 혁신, 그리고 무엇보다 배출 비용을 명확히 반영하는 탄소 가격제 도입이 시급하다. 인류세를 파국의 시대가 아닌 지속 가능한 문명의 전환기로 바꿀 수 있는 선택이 바로 우리 앞에 있다.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여섯 번째 대멸종은 예측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이승국 한양대 대우교수 에너지자원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