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독일·나토(NATO)와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
“우리 시대에 최악의 전쟁범죄자가 푸틴이다.” 지난 주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한 말이다. 이는 1990년 평화통일 이후에 독일 정치인이 푸틴 대통령에게 비판한 말 중 가장 공격적이다. 독일 연해인 북동해(Nord Ostsee)에 러시아 스파이 잠수정의 파괴 활동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방공망 테스트, 폴란드 공해에 러시아 드론이 공격했다. 독일군이 나토군으로 전후 유럽의 다른 국가 폴란드에 처음 주둔하고 있다. 도청과 해킹, 사보타지 등 러시아와 독일·유럽연합(EU)과의 하이브리드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11일에는 러시아의 카미카제 드론 떼가 폴란드를 공격해 민가가 피해를 입어 독일·나토국가들이 발칵 뒤집어졌다. 독일연방군과 스테판 코르넬리우스 정부대변인은 “나토 동부국경의 영공 감시를 확대한다”면서 “폴란드 영공에 더 많은 전투기를 보낸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폴란드 영공에 유로파이터 비행기 파견을 2대에서 4대로 증원했다. 일각에서 ‘참새 떼에 대포로 대응한다’는 조롱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술을 배우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우·러전쟁 중재 노력이 실패하자 “EU국가들이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지 말고, 중국에 높은 관세를 매기”라고 요구한다.
도청과 해킹 등 하이브리드 전쟁 발발
푸틴은 왜 독일·나토 32개국까지 자극하고 있을까?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푸틴이 독일·나토의 대응능력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나토의 마르크 뤼테 사무총장은 “푸틴은 잃어버린 동유럽의 보안 벨트를 되찾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에너지, 산업원료, 농업생산 지역의 지정학적 파워를 중시하고, 코카서스, 크림, 우크라이나를 거쳐 발트해까지 지정학적 전략으로 나토국가들의 방어의지를 실험하고 있다. 최근 중국 시진핑, 러시아 푸틴, 북한 김정은 3인이 함께 천안문 망루에 올라 ‘유라시아 패권’ 추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푸틴은 지정학적 영향력 영역을 가진 군사강대국의 행동으로 기존 세계질서를 붕괴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협상과 더불어 독일·나토국가들에게 ‘GDP 5%를 국방비로 책정하라’고 요구했다. 독일은 군비확장에 나섰고, 전후 방위산업이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다. 독일 최대무기업체 라인메탈은 3년 간 주식이 20배나 폭증했고, 직원 수를 8만명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또 독일 일부 자동차 및 부품업체들은 군수공장으로 전환했다. 푸틴은 하이브리드 수단으로 점점 더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독일·나토가 대응할 수밖에 없다. 뤼테 나토사무총장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나토방위와의 동맹이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4 파트너 국가인 일본, 호주, 뉴질랜드, 한국과 더욱 강력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노이에 취리히 신문(NZZ)과 독일 프랑크푸르 알게마이에 신문(FAZ) 등 고급지들은 “권위주의국가 동맹들(중·러·북·이란 등)의 호전성에 미국과 우방국들이 신냉전에서 이길 수 방안으로 뭉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독일·유럽(인구 5억9000만명에 GDP 12배 vs 러시아 1억4000만명)이 푸틴을 막고 동북아시아는 일본이 중국 팽창저지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회귀하지만 차이는 독일 나치즘과 일본 군국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 vs 신 권위국가들과 대결이다. 독일에 징병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영국 처칠 같은 용기가 부족하다”고 비판받는다. 발트해의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전쟁을 준비하라”는 전단을 가정에 보냈다. 뤼테 나토사무총장 등 군사전문가들은 “2027년 시진핑이 대만을 침공하면 2028년푸틴이 동유럽 국가를 침공한다”고 전망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담판 필요한 때
이재명 대통령은 방미기간에 국제정세를 인식해 “경중안미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독일·NATO 및 동북아는 신냉전이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창조적 파괴’를 위해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다시 나설 때다. 아버지 김정일 국무위원장과 담판을 지은 노무현의 통일부 정동영 장관이 20년 만에 이재명의 특사로 아들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담판을 통해 한반도 평화번영을 도모할 때다. 또 한반도 ‘피스메이커’ 역할을 할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도 필요하다. 과거처럼 독일유럽 냉전에서 한반도 열전으로 치닫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