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파크골프장, 전국 곳곳에서 몸살
‘공유지의 사유화’ 논란 거세
선거 앞두고 건설공약 봇물
전국에 파크골프장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갈등도 커지고 있다. ‘공유지의 사유화’ 논란이 대표적이다.
18일 충남 천안시 등에 따르면 천안시체육회는 곧 천안시파크골프협회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천안시가 이 협회에 대한 감사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해당 협회에 대한 문제점이 언론 등에서 거론되고 있어 확인차원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협회는 지난 2018년 이후 천안시 도솔공원 잔디광장에 한시적으로 허가를 받아 파크골프장을 운영했다. 새 파크골프장이 개장할 때까지라는 게 천안시 설명이다.
최근 인근에 새 파크골프장이 개장하고 천안시가 공원조성계획 수립에 나섰지만 이들은 공원을 파크골프장으로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버티고 있다.
이 때문에 천안시는 시민들에게 공원을 돌려주겠다며 추진하던 공원 재정비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이 특정 단체의 소유물이 된 셈이다.
‘공유지의 사유화’ 논란은 이곳만이 아니다. 울산시 남구는 최근 파크골프장 유료화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남구는 당초 무료였던 태화강파크골프장을 최근 유료화했다. 파크골프협회의 사유화 논란과 이용객 초과로 인한 환경파괴 때문이다.
하지만 협회측은 남구의회에 ‘파크골프장 무료화를 위한 조례 개정’을 청원하고 지난 12일에는 회원들과 거리행진을 벌이는 등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남구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논란 끝에 17일 조례 개정 청원을 ‘불채택’했지만 소송이 이어지는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 의왕시에선 최근 학의천 파크골프장 조성계획이 무산됐다. 시는 지난 8월 학의천 변에 파크골프장 조성 공사를 시작했지만 찬반의견이 200건 넘게 접수되며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조성계획을 철회했다. 조성사업에 반대 주민들은 해당 파크골프장이 특정 동호인 중심의 체육시설이고 하천 주변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파크골프장은 저렴한 비용,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노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398개였던 전국 파크골프장은 2025년 상반기에는 423개로 늘어났다. 내년 상반기에는 500개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가 일제히 파크골프장 건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단체장 후보들은 여야, 지역을 불문하고 대거 파크골프장 건설을 공약에 올린 바 있다.
이처럼 파크골프장 건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공유지의 사유화’ 논란도 커지고 있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지역마다, 골프장마다 동호회 중심으로 단체가 꾸려져 있기 때문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대상이 노년층이기 때문에 법대로 무조건 집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노년층이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한몫한다. 실제 지방선거(50,9%)는 대선(79.4%)과 총선(67%)에 비해 투표율이 낮다. 이 때문에 다른 세대에 비해 선거에 꾸준히 참가하는 노년층과 대립하기가 쉽지 않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파크골프장은 ‘대중적 체육시설’로 포장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부 동호인들이 주로 이용해 배타성과 운영독점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공공부지가 특정계층의 전용공간으로 고정되는 것은 명백한 공유지 사유화”라고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고령층의 체육활동을 지자체가 지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무분별한 건설보다는 정확한 수요예측을 거쳐 해야 하고 운영실태에 대한 점검 등을 통해 해당 공간을 특정단체가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운 곽태영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