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형벌 배임죄 개선되나…정부도 긍정적

2025-09-18 13:00:01 게재

벤처업계, 경영활동 위축 이유로 ‘폐지·완화’ 건의 … 대통령 “경영판단 자유롭게 해야”

과도한 경제인 형벌로 꼽혀온 ‘배임죄’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베임죄 완화’를 거론하고 여당은 관련법안 개정안을 발의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가 이를 취득하게 해 임무를 맡긴 사람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현재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 △상법상 특별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총 3개 법에서 배임죄를 규정하고 있다.

배임죄는 현행법상 여러 법에 중복 적용돼 이중처벌 논란이 있었다. 재계는 경영상 판단에 대한 형사처벌이 과도하고 경영활동 위축과 투자심리 저하를 이유로 완화를 요구해왔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기업 지배구조 약화 등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17일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TF’와 간담회에서 배임죄의 폐지·완화를 건의했다.

혁단협은 “배임죄는 벤처기업인들이 형사처벌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적극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도록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배임죄 폐지를 주장했다. 혁단협은 “과도한 처벌대상 범위, 광범위한 배임 기준 등으로 인해 부분별한 고소·고발의 우려가 큰 상황인 현실”이라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지나친 형벌에 의존한 규제방식은 벤처기업들의 혁신과 성장에 큰 장애가 되고, 과도한 경제형벌은 투자, 고용 등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은 “정상적인 경영판단이 자칫 배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은 자유롭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생명인 벤처·스타트업에게 더욱 큰 제약”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정부도 배임죄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경제형벌이 너무 과도하게 기업을 옭매거나 국민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1년 안에 30% 정도는 개선할텐데 그중에 배임죄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전부터 ‘배임죄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지난 15일 열린 ‘제1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도 다시한번 배임죄 완화를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이 한국에서는 투자결정을 잘못하면 배임죄로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얘기들을 한다”며 “판단과 결정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인데 이러면 위험해서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해외사례도 배임죄 완화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배임죄를 민사적으로 다루고 있다. 독일과 일본도 엄격한 요건 하에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여야도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동진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7월 상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상법에서 정한 특별배임죄 기준을 기존에 ‘임무를 위배한 행위’에서 ‘회사를 위한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 한정하는 게 핵심이다.

김태년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삭제하고 형법상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하는 상법·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송석준 의원(국민의힘)도 회사 경영진의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도록 형벌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18일 ‘경제형벌 합리화’ 개선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김기문 회장은 “배임죄 폐지뿐만 아니라 단순 행정착오나 경미한 위반까지 형사처벌하는 불합리한 사례가 민생과 밀접한 분야에서 빈번하다”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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