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중국 AI 칩 금지에 직격탄

2025-09-18 13:00:03 게재

RTX6000D 주문 중단 지시

주가 3% 하락, 170달러 깨져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주가가 중국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구매 금지 조치로 하락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3.02% 내린 169.56달러에 거래되며 6거래일 만에 170달러선을 밑돌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주요 IT기업에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AI 칩 ‘RTX6000D’의 테스트와 주문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수만 개 규모의 대량 주문이 검토됐으나 지시 직후 관련 작업이 모두 중단됐다. 이는 당국이 기존에 제동을 걸었던 H20 칩에 이어 RTX6000D까지 차단한 것으로, 중국 당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을 가속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최근 화웨이, 캠브리콘 등 국내 칩 제조사와 알리바바, 바이두 등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는 기업들을 불러 엔비디아 제품과 성능 비교를 진행했으며, 중국 칩이 이미 동등하거나 일부는 능가한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국 빅테크 기업 임원은 FT에 “이제 메시지는 분명하다. 상황이 나아지면 엔비디아 공급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는 사라졌다. 이제는 국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일정에 동행해 런던을 찾은 자리에서 “우리는 국가가 우리를 원해야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보고 있는 일에 실망스럽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다뤄야 할 더 큰 의제들이 있다”며 “이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앞서 중국 시장을 위해 H20 칩을 설계했으나 올해 4월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로 판매가 중단됐다. 이후 7월 미중 무역 협상 과정에서 수출이 재개됐지만 실제 출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RTX6000D 역시 지난 7월 황 CEO의 베이징 방문 당시 처음 공개됐으며, 제조업 자동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고 소개됐다. RTX6000D는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상당한 물량을 판매할 수 있었던 마지막 제품이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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