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조선 협력, 규제 장벽 넘는다

2025-09-18 13:00:01 게재

석종건 “현지 생산 한계”

“법적 장애 해소 필요”

한미 양국의 조선 협력을 가로막는 미국의 법적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 포럼에서 “한미 조선 협력을 실현하기 위해선 미국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이번 방미 기간 중 미국 국방부와 해군성 고위 인사들과 구체적 해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자국 조선 산업 보호를 위해 ‘존스법’과 ‘반스-톨레프슨 수정법’ 등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는 강력한 규제들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산 선박 구매 의사를 밝힌 상황과도 충돌한다.

석 청장은 “한화오션이나 현대중공업이 미국 현지 조선소를 통해 적극적으로 협력 중이지만 단일 기업만으로는 미국이 원하는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 조선업체는 현재 선박을 한국에서 직접 건조해 미국에 수출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내 생산 방식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생산 능력과 속도 면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다양한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석 청장은 “선박을 블록 단위로 나눠 미국에서 조립하거나 전투체계를 제외한 항해 가능한 상태로 한국에서 제작해 미국으로 이송하는 방식도 제안했다”며 “이 문제는 미국 행정부 고위층의 전향적 결심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방위산업 전반에 대한 협력 확대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석 청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군사 확장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글로벌 방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공동 생산, 산업기반 보완, 유지·보수·정비(MRO) 허브 구축, 인공지능(AI)과 무인체계 개발 등에서 기술동맹 수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체결 문제도 관심사다. RDPA는 사실상 방산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은 바이든 정부 시절 협정을 추진했으나 미국 의회의 노동자 보호 우려로 지연됐다. 석 청장은 “남아 있는 미국 내 절차가 해결되면 RDPA 체결에는 더 이상 장애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 방산업계가 문제 삼는 ‘절충교역’ 제도도 조정이 검토되고 있다. 석 청장은 “절충교역을 협력의 수단으로 전환하기 위한 내부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며 “미국 측과의 이해 차이를 좁히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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