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위험관리 차원의 금리인하…경제 나쁘지 않아”

2025-09-18 13:00:01 게재

연준, 금리 내렸지만 향후 추가 인하 경로 불확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고용시장의 하강 위험이 증가한 점을 반영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이날 결정을 ‘위험관리 인하’라고 볼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올해 성장률 둔화와 실업률 상승,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에도 불구하고 현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선 “나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7일 워싱턴 D.C.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연방준비제도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수요일 올해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사진: 짐 왓슨/AFP 연합뉴스

◆연내 2회 추가 금리인하 시사…위원들 의견 양분 =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4.25~4.50%에서 4.00~4.25%로 0.25%p 인하 결정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하 배경에 대해 “고용의 하강 위험이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과 고용 위험 간) 균형이 바뀌었다”며 “우리는 이번 회의에서 좀 더 중립적인 정책 입장을 향해 또 다른 조처를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실업률이 (8월) 4.3%이고,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1.5%라고 하지만, 경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It‘s not a bad economy)”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경제가 현시점에서 그다지 나쁘지 않지만, 예상을 밑돈 고용 증가로 인해 노동시장 약화 우려가 커진 게 이날 기준금리 인하 결정의 주된 배경이 됐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FOMC 회의에서 ’빅컷‘(0.50%p 금리 인하) 의견이 의미있게 검토됐는지에 대해서는 “이번 회의에서 0.50%p 인하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가 전혀 없었다”라며 의미 부여를 일축했다.

관심을 모았던 점도표에 따르면 연내 2회의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다만 분포는 올해 0~2회 인하를 지지하는 위원들이 9명, 3회 이상 인하를 지지하는 위원들이 10명으로 양분되며 위원들 간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는 인하했지만 파월 의장 생각과 연준 내 분위기는 다소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관세 인플레 영향 누적될 것 =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 중 지속해서 누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관세 영향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관세의 물가 영향에 대해 “상품 가격 상승이 올해 인플레이션 상승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이는 매우 큰 효과는 아니지만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 지속해서 누적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금리인하는 비둘기적…시장은 매파적 평가 =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9월 FOMC 시장반응’ 보고서에서 “연준이 고용 하방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상 연내 금리인하 전망을 2회에서 3회로 확대한 점은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이라면서도 “파월 의장이 이번 금리 인하가 위험관리 차원이었다고 언급한 점, 빅컷(0.5%p 인하) 소수의견이 1명이라는 점, 미국 경제 성장률 및 물가를 상향 조정한 것을 감안할 때 시장은 전반적으로 ‘매파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연준이 이번에는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내렸으나 전반적인 메시지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었다며, 향후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채권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예상대로 재개했음에도 전반적인 스탠스는 매파적이라고 받아들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점도표를 통해 제시된 올해 최종금리와 내년 최종금리 간 격차가 중윗값을 기준으로 20bp(1bp=0.01%p)에 그쳐 인하 폭으로 계산하면 한 번 더 내리겠다는 의미”라며 “결국 시장이 주목했던 내년 기준금리 전망은 추가 1회만 더 금리를 내리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미 연준이 향후 금리인하 속도를 ‘단기적으로는 가속, 중장기적으로는 속도 조절’ 기조로 조정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FOMC 핵심 메시지는 전술적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인하 속도를 올리되 큰 틀에서는 최종 금리까지 도달하는 시점에 여유를 가지겠다는 것”이라며 “최근 높아진 노동시장 리스크에 우선 대응한 뒤 다시 데이터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의미로 올해 남은 10월과 12월 회의 때 모두 금리를 인하하고 내년 상반기 중 3월과 6월에 ’분기당 1회‘ 속도로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 약세로 달러 헷지 움직임 확대 = 이번 금리인하로 환헤지 비용 낮아지면서 달러 약세 압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반기 들어 한 때 100선까지 반등했던 달러는 이후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다시 96~97선에서 움직이는 등 연저점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들어 미국 자산으로 자금 유입 중 환헤지 자산의 유입 규모가 환노출 자산을 추월했다”며 “이번 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환헤지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환헤지 비용이 워낙 컸던 탓에 그간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 급증에도 환헤지 규모는 이보다 더딘 속도로 증가했다. 이미 유로존은 금리 인하 싸이클이 사실상 종료되었고 일본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인하만큼 환헤지 비용이 하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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