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한국과 중국 교육장관의 차이점

2025-09-19 13:00:00 게재

이재명 대통령은 초대 내각 구성을 최교진 교육부 장관으로 마무리했다. 최 장관은 사실 이진숙 전 후보자보다 흠결이 많다는 평을 들었다. 교육계에는 “이 전 후보가 낫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어쨌든 대통령은 최종 선택을 했고 최 장관은 대한민국 제62대 교육부 장관이 됐다.

최 장관은 취임식(12일)에 앞서 대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며 이렇게 썼다. “교육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힘찬 미래를 열어가겠습니다.” 좋은 다짐이다. ‘교육의 힘’을 강하게 하는 일은 교육부 장관의 책무다. ‘교육의 힘’은 저절로 충전되지 않는다. 대통령 장관 공무원 국가교육위원회, 그리고 전국 17명의 교육감, 교육청 공무원, 40만 교원, 대학 총장과 교수가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마음, 학부모 마음을 얻는 공감의 교육을 펼칠 수 있다.

최 장관은 능력의 시험대에 올랐다. 실력으로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교권 보호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강조했다.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더 긴한 일이 한둘이 아니다. 디지털 인공지능(AI) 시대에 적합한 교육 방향 정립, 유보통합 실현, 교원 양성체계 재편, 대입개편, 고등교육 재구조화, 평생교육 같은 과제가 수두룩하다. 새로운 교육비전과 혁신이 조화를 이뤄야 교육의 힘을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최교진 장관, 아날로그 세대 보좌관 영입

1953년생인 최 장관은 ‘주판’ 세대다. 그의 삶의 궤적은 변화·혁신·미래와 같은 역동성과는 친근해 보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이 역설한 초(招) 혁신시대의 인공지능(AI) 교육과도 연관 짓기가 쉽지 않다. 그런 선입견을 씻으려면 인재를 잘 골라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첫 인사가 전교조 출신의 정책 보좌관 임명이다. 자신이 그쪽 출신이면 정책 브레인은 미래형 인물을 발탁하는 게 인술이다. 최 장관도, 정책 보좌관의 삶도 디지털이나 고등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일은 공무원이 한다지만 출발은 유감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같은 교육대제(大題)를 풀어갈 수 있을까.

중국의 교육개혁을 보라. 기세가 매섭다. 베이징 초·중·고는 9월 새 학기부터 ‘AI 커리큘럼’을 도입했다. AI 교육을 연 8시간 이상 편성했다. 다른 지역도 AI 교육과정 경쟁을 벌인다. 광둥성은 초등생 머신러닝 기초, 중학생 알고리즘과 데이터 처리, 고교생 딥러닝 과정을 만들었다. 그런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치열한 대입을 치른다.

대학 문은 좁다. 중국의 대입인 ‘가오카오(高考)’에는 올해 1335만명이 응시했다. 중국 전역 3000여개 대학의 정원은 450만명뿐이다. 885만명이 탈락한다. 명문대 입학은 별 따기다. 9만명 정도가 들어간다. 칭화대 베이징대 상하이자오퉁대 푸단대 저장대 같은 대학은 글로벌 평가에서 서울대를 앞질렀다. 중국 대학은 매년 500만명의 스템(STEM, 과학·기술·수학) 인력을 쏟아낸다. “한국 학생은 의대에 미쳤지만 중국 학생은 공대에 미쳤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중국 교육은 2021년 8월부터 화이진펑(怀进鹏) 장관이 이끈다. 화이 장관은 1962년생이다. 지린대와 하얼빈공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석사, 항공우주 연구의 총본산인 베이징항공우주대에서 소프트웨어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프트웨어·빅데이터 전문가인 그는 최고 권위의 중국과학원 원사로 선임됐다. 6년간 베이징항공우주대 총장(2009~2015)을 하며 대학 실무를 경험했다. 중국이 그를 교육 사령탑에 등용한 것은 ‘AI 굴기’와 ‘교육개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화이 장관은 올해 안에 ‘AI 백서’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자신에 대한 ‘징비록’ 일 수도 있다. 의도가 있든 없든, 재임 중 정책백서 출간을 금기시하는 고위직의 통념과는 다르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고 보는 걸까.

화이 장관, 디지털 전문가로 AI 굴기 선봉

최 장관과 화이 장관은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중 교육장관회의’ 같은 협의체도 있고, 한중 장관회의도 있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Big Blur)’ 시대의 AI 교육을 장관이 배워야 할 처지다. 최 장관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공부해야 한다. 아날로그 옷을 벗어야 한다. 자신을 재창조하지 않으면 벼슬길이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 더 중요한 일은 현장에서 답 찾기다. 밤중에 조용히 학원부터 가보시라.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