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일 근무" vs "일자리 대학살”
“왜 굳이 주 5일 일해야 하나" … AI 시대 IT 거물들의 엇갈린 전망
챗봇 한 번 클릭으로 보고서가 완성되고, AI가 코드를 척척 짜내는 시대. 인간이 할 일이 줄어드는 만큼 근무시간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CEO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는 AI가 풍요의 황금기를 열 것이라고 자주 말해왔다.
위안 CEO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우리 삶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면 왜 굳이 주 5일을 일해야 하느냐”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주 3일, 4일 근무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모두의 시간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미 현실에서도 신호는 포착되고 있다. 아이슬란드와 벨기에에서 시행 중인 주 4일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미국 성과 코칭업체 엑소스(Exos)의 실험 결과는 하루 줄인 근무제로 직원의 극한의 피로감은 절반으로 줄고, 생산성은 24%나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이미 1970~80년대 기술혁명의 산증인이다. 그런 그가 최근 “향후 10년 동안에 인간이 대부분의 일을 할 필요가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2월 NBC 지미 팰런쇼에서 그는 향후 10년 동안 “대부분의 일”에 인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인간이 5일 미만으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좀 더 신중한 어조다. 그는 “AI 혁명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단순히 일하는 날 수가 줄어드는 것만이 아니라, 업무 밀도가 높아지고 주어진 시간 안에 해야 할 작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일의 강도가 올라갈 가능성도 언급했다.
가장 대담한 예측은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에게서 나왔다. 월 80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금융업계를 이끄는 그가 2023년 블룸버그TV에서 던진 말은 “기술 덕분에 자녀 세대는 100세까지 살고 암에도 걸리지 않을 것이며, 주 3일 반나절만 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모든 근로자가 짧은 근무제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위안 CEO도 노동시장의 격변을 인정했다. 그는 “기술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마다 일자리가 줄어든다”면서도 “새로운 기회도 생긴다”며 희망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초급 개발자들의 코드 작업은 AI가 대신할 수 있지만, 그 코드를 관리할 사람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드 CEO 짐 팔리와 스웨덴 핀테크 클라르나 CEO는 더 직설적이다. 일부 직종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반면 젠슨 황은 “지난 300년간 컴퓨터 시대를 포함해 생산성이 늘면서 동시에 고용도 늘어났다”고 반박한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AI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로 대체되면서 관리·운영·개발 같은 새로운 역할을 만들며, 결과적으로 고용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아이디어가 넘친다면 결국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역설했다.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닷코(Tech.co)의 2025년 기술이 직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으며, 고위 리더의 38%가 이 명제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작년의 23%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외신들은 주 3일 근무가 정말로 일반화되려면 AI 기술 외에도 기업 문화, 리더십, 신뢰, 직무 재설계, 노동법 및 보상 체계 등이 바뀌어야 한다는 반론들이 나오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