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엔 ‘실망’ 시진핑엔 ‘러브콜’

2025-09-19 13:00:13 게재

미중 협상 타결 시사

푸틴엔 “정말 실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1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과 무역 협상에 대해서는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며 협력적 메시지를 전했다. 그동안 남다른 친분을 과시했던 푸틴과는 거리두기를 시작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듯한 뉘앙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총리 별장인 체커스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미중 무역 등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러시아와 푸틴에 대한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의 개인적인 관계로 인해 우크라이나 문제는 쉽게 풀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는 나를 정말 실망시켰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는 과거 푸틴에 대해 “똑똑하고 강한 지도자”라며 공개적으로 호평하던 태도와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은 미국에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타머 총리 또한 푸틴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푸틴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강하게 압박할 때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의 지속적인 외교적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사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복잡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스타머 총리가 “가자 상황은 용납할 수 없으며 평화가 필요하다”고 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려는 영국 정부 방침에 “총리와 의견이 다르다”며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달리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이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며 고율관세 유예 연장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는 한동안 고조됐던 미중 간 무역갈등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틱톡(중국 바이트댄스 소유)의 미국 사업권 매각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인수자는 미국인으로 구성될 것이며 미국 정부도 협상 성사에 따라 수수료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 예정 사실도 공개하면서 “미국을 사랑하는 기업들이 틱톡을 운영할 것이며 매우 합법적이고 올곧은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는 반면 중국에 대해선 경제적 이해를 중심으로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특유의 전략적 양면 외교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북미정상회담 때처럼 일단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협상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는 이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엔비디아 등 미국과 영국의 주요 글로벌 기업 CEO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기술 번영 협정’을 체결했다. 총 470조원 규모의 양국 경제협력 방안이 포함됐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41조원, 구글은 9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투자는 과거엔 본 적 없었다. 미국이 가장 핫한 국가가 된 것은 관세 정책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아울러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공군기지를 반환받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해당 기지가 중국 핵시설에서 1시간 거리라는 점을 강조해 안보 이슈와 중국 견제를 동시에 부각시켰다.

기자회견 막판에 피터 맨덜슨 전 영국 대사의 엡스타인 관련 해임 논란이 거론되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모른다. 총리에게 물어보라”며 답변을 피했고, 스타머 총리는 “새로운 정보가 최근에야 알려졌고 내가 해임 결정을 내렸다”고 간단히 설명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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