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통 우방 미국 잃을 위기로
미국내 여론 악화일로
이코노미스트지 보도
지난 9월 1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예루살렘 서쪽 벽 앞에서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와 함께 수천년 된 돌을 만지며 양국 동맹이 “우리가 방금 만진 돌처럼 강하고 지속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8일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지는 “그의 말은 틀렸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전통적 우호국들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가운데 미국만이 이스라엘의 외교적 고립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미국 내 여론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YouGov)와 이코노미스트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3%는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2022년에는 미국인의 42%가 이스라엘에 부정적이었지만 2025년 현재 그 수치가 53%에 이른다. 젊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스라엘 극우 정권과 정착촌 확대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젊은층과 복음주의자들의 지지가 크게 줄었다.
이 같은 변화는 과거 두 나라를 묶었던 가치와 이해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두 나라 모두 박해를 피해 세워진 민주주의 국가로서 공감대를 형성했고 냉전기에는 소련의 중동 확장을 막기 위한 이해가 일치했다. 또 9.11 이후에는 이슬람 테러에 공동 대응하는 전략적 동반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국 내 일부 보수층은 이제 이스라엘보다 걸프 국가들을 더 현실적 동맹으로 평가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최근 이스라엘을 ‘슈퍼 스파르타’라 칭하며 고립 속 자립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비극적 착각”이라 비판하며 미국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보호자’를 밀어내는 것은 이스라엘 안보에 있어 치명적 실수라고 경고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