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식·펀드 투자 규제 완화하고 주택담보대출은 강화
금융당국, ‘생산적 금융 확대’ 위해 은행·보험 자본규제 개선
국민성장펀드 150조 조성, 10개 산업 90개 기술에 투자 방향 금융회사 검사, 컨설팅 방식 전환 … 리스크 회피 성향 완화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주식·펀드 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강화하기로 했다.
은행권의 자금이 부동산으로 가는 것을 막고 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자본 규제를 개선해 생산적 금융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권 뿐만 아니라 지역·업종·규모별 산업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개최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 경제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금융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성장을 주도해 재도약하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금융에 대해서는 담보대출 등 손쉬운 이자수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에,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정책금융, 금융회사, 자본시장의 3대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규제 완화, 70조 이상 기업대출 여력 확보 = 먼저 금융위는 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70조원 이상의 기업대출 여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BIS 자기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다. RWA는 주식·펀드·특수금융·부실채권 등 익스포져 유형별로 위험가중치(RW)를 부과해 산정한다.
현행 규제는 은행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원칙적으로 RW 400%를 부과하고, 상장주식 및 은행과 장기적 경영관계를 갖는 기업의 비상장주식에 한해 250%를 적용하고 있다. 국제 기준(바젤 BIS 기준)이 원칙적으로 주식에 대해 RW 250%를 부과하고 단기매매 목적의 비상장주식에 대해 RW 400%를 부과하고 있는 것 보다 국내 기준이 더 보수적이다.
금융위는 현행 규제를 완화해 BIS기준처럼 은행의 주식 투자에 원칙적으로 RW 250%, 예외적으로 400%를 부여하기로 했다. 단기매매 목적으로 투자됐거나, 가격 변동성에 노출된 벤처주식에 한해 RW 400%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은행법령상 15% 초과 보유가 허용된 업종(핀테크 등) 및 기업구조조정 목적의 15% 초과 보유한 주식에 대해 현재 RW 1250%를 250% 또는 400%로 낮추기로 했다.
주식 등 펀드 기초자산의 RW 개선에 따라 펀드 RW도 조정한다. 원칙 400%, 예외 250%에서 원칙 250%, 예외 400% 등으로 변경된다.
금융위는 “주식 RW 합리화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감소규모를 기업대출로 환산시 최대 73조5000억원의 기업대출 확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달리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RW 하한을 올리기로 했다. 현재는 은행별 손실경험에 따라 추정한 부도율(PD)·손실률(LGD) 등으로 RW를 산출하되, 하한을 15%로 규율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하한을 20%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하한이 올라가면 RW가 높아져서 위험가중자산이 늘고, 자본 부담이 커진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 및 주식·펀드 RW 관련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내년 1분기 중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권에 대해서도 규제개선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발표할 계획이다. 10월중 보험업권 자본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추가 개선 과제도 검토해나갈 예정이다.
◆국민성장펀드 절반은 민간 자금 투자, 정부가 후순위 보강 = 금융위는 이날 국민성장펀드 운영방안도 발표했다. 150조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국민자금 75조원으로 구성된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은 정부보증채권 발행을 통해 조성하고, 민간·국민자금은 금융회사·연기금 및 국민들의 투자로 마련된다. 민간·국민자금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후순위로 들어가서 민간영역의 손실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내년 1조원의 예산이 반영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첨단전략산업기업과 관련 기업 전반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미래차, 바이오, 인공지능, 방산, 로봇 등 10개 산업 90개 기술에 투자될 예정이다
또 산업 내 파급효과가 큰 메가 프로젝트를 발굴해 투자하고, 산업별로 최근 성장세 등과 비수도권을 고려하기로 했다.
자금지원 방식은 직접 지분투자 15조원, 간접투자 35조원, 인프라 투자·융자 50조원, 초저리대출 50조원 등이다. 간접투자는 국민참여형펀드 및 초장기기술투자 펀드를 조성해 첨단전략산업기업 및 관련기업(생태계 전반)에 지원된다. 국민참여형펀드에는 재정이 후순위 보강하고 세제혜택도 추진된다. 인프라 투자·융자는 기금과 재정이 고위험 지분투자 및 후순위 대출로 참여하고 민간은 공동대출 형태 참여한다. 초저리대출은 2%대 국고채 수준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산업은행은 이달 중 국민성장펀드부문 신설 등 조직을 개편하고, 민간자금·국민참여형 후순위 보강을 위한 예산안은 올해 12월 정부안으로 추진된다. 세제혜택은 기획재정부의 협조를 받아 내년 초에 진행될 예정이다.
◆금융회사 검사 약화되나 = 금융위는 또 생산적 금융 추진방향의 일환으로 감독개선을 통한 금융회사의 생산적 금융 역할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과 보험사의 자본규제 완화와 함께 감독·검사도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제재 위주의 먼지털이식 종합검사에서 벗어나 사전·컨설팅 방식으로 전환해 금융회사의 리스크 회피 성향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회사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 니즈 충족, 관계 형성 등 손익 지표 이외에 자금공급의 품질 반영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생산적 자금공급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손실 등에 대해서는 적극 면책을 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10년 전 금융감독원이 종합검사를 폐지하고 검사방식을 사전·컨설팅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한동안 검사·제재가 약화되고, 검사의 전문 역량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8년 종합검사가 부활했고 2022년 종합검사는 정기·수사 검사로 개편됐다.
한편 금융위는 앞으로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통해 주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개별 과제는 업계·전문가 등과 함께 실무TF를 구성해 검토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