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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역량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 세 가지

2025-09-22 13:00:05 게재

이재명정부는 성장회복을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AI 국가대표 선정 오디션을 펼치는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AI 시대로의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이론의 여지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틀리지 않다고 해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은 엄연히 성격을 달리한다. 무언가가 빠져 있는 느낌이다. 정부는 AI 3강을 목표로 삼고 있다. 목표에 접근하자면 한 국가의 AI 역량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AI 역량은 AI 기술, AI 거버넌스, AI 철학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일각에서는 AI 기술만 확보하면 문제가 술술 풀려나갈 것처럼 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AI 거버넌스와 AI 철학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AI 기술은 자칫 무용지물이 되거나 악마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AI 기술, 거버넌스, 철학 3가지가 필수

먼저 AI 기술을 살펴보자. 현재 생성형 AI 등 기초 기술에서는 미국이, AI 에이전트 등 응용 기술에서는 중국이 선두를 질주하며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은 후발주자이다. 탄탄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드웨어에 AI를 결합하는 피지컬 AI 등에서 승부를 기대하나 사정이 여의치가 않다. 중국이 AI 로봇 등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과시하며 피지컬 AI에서는 선두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해 보자는 식으로는 승산이 희박하다. 과거 한국 기업의 강점이었던 추격자 전략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중국이 기술력만이 아니라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가격 경쟁력에서마저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장단점을 살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인 AI 기술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 방향에서 선택과 집중을 구사해야 한다. AI 3강은 AI 기술력 3등이 아니라 양강에 맞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국가를 의미한다.

AI 거버넌스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영역일 수 있다. 최근 네이버가 데이터를 긁어모으는 크롤링에 차단벽을 설치했다. AI 시대 개막과 함께 데이터 확보를 둘러싼 전쟁이 벌어질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는 AI 기술 발전의 필수전제이며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이다. 문제는 데이터의 상당 부분이 개인정보 지식재산권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는 데 있다.

통제사회인 중국은 공산당 주도 아래 데이터 확보와 사용을 자유롭게 했다. 통제사회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국가인 한국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건강보험공단은 세계 최고 수준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기업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결국 데이터 확보와 사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어떤 형태로든지 사회적 합의와 협력에 바탕을 둔 거버넌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지점에서 AI는 기술 영역을 넘어 고도의 사회 정치적 의제로 전환한다.

AI 철학은 한층 심각한 영역일 수 있다. 일런 머스크가 갈파했듯이 AI에게 미션을 부여하고 결과를 해석하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이 AI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AI를 주체적 입장에서 활용하기보다는 그에 ‘의존’한다는 데 있다. 인터넷 시대를 관통했던 편리성 추구 연장선에서 골치 아픈 두뇌 활동을 AI에게 아웃소싱하고 있다. 그로부터 빚어진 결과는 두뇌의 퇴화다.

늑대가 인간의 가축화로 개가 되면서 두뇌 용량이 20% 감소했다고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여러 연구 보고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시피 인간이 AI의 가축화를 거치며 멍청이로 전락하고 있는 형국이다. 만약 개인과 기업, 국가가 온통 이러한 방향으로 치닫는다면 창의적 비판 능력을 상실하면서 경제 활동 동력마저 무너질 수도 있다.

AI 자유자재 활용하는 슈퍼유저로 등극해야

한국이 AI 시대를 이끌어 가자면 AI 철학 정립을 바탕으로 자신의 창의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AI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슈퍼 유저로 등극할 수 있어야 한다. AI 시대는 단순히 첨단기술 지형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 세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한층 근본적이고 거대한 변화다.

박세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