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캐나다 G7 중 첫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2025-09-22 13:00:31 게재

호주 포르투갈도 공식화

이스라엘 고립 심화 조짐

미국과 균열 양상도 커져

영국,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이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인정하는 발표를 21일(현지시간) 잇따라 내놓았다고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주권국가 지위를 부여한 상징적 외교 행보다.

특히 유엔 총회를 앞둔 시점에 국제사회를 향해 발신한 강력한 메시지로 평가된다. 이로써 팔레스타인을 승인한 국가는 151개국에 이르며, 영국과 캐나다는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이를 공식화한 국가가 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평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라며 “하마스를 정당화하는 것도, 보상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역시 “팔레스타인인의 정당하고 오래된 염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파울루 랑헬 포르투갈 외무장관은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유일한 길은 두 국가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상 성명에서 “오늘의 결정은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하마스를 배제한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선언”이라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가자지구 폭격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평화와 정의를 위한 절박한 조치”라고 표현했다. 그는 하마스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하며 향후 영국 정부의 더 강경한 외교 기조도 시사했다.

이번 움직임은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압박인 동시에 오랜 기간 지지 기반이던 미국과의 외교적 균열도 예고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 동맹국의 결정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하마스의 인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은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영국은 이미 지난 7월부터 이스라엘이 인도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예고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 결정을 강력히 환영했다. 마흐무드 아바스 수반은 이를 “국제 정통성에 기반한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필수 단계”로 평가했다. 무장 정파 하마스 역시 환영 성명을 통해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 국가 수립을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테러에 보상하는 행위”라며 요르단강 서안에 팔레스타인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특히 영국의 선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은 발푸어 선언(1917년)을 작성해 유대인의 ‘민족적 고향’을 최초로 지지한 국가다. 또 팔레스타인 지역의 위임통치를 수행했던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공식 인정한 것은 외교사적으로 큰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런던 주재 팔레스타인 대표부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정부가 승인한 대사관 건물에 공식 게양할 계획도 밝혔다.

이스라엘 극우 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팔레스타인 승인을 “살인자에 대한 보상”이라며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 합병안을 내각에 제출하겠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이미 벤그비르 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으며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 가능성도 시사하며 국제법을 근거로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억제하긴 어렵더라도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효과는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런던 파리 오슬로 시드니 등 주요 도시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확산하고, 해당 국가들 내에서도 민심이 외교 정책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노동당 소속 영국 의원 130여명도 팔레스타인 국가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국제적 승인만으로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이 곧바로 현실화하긴 어렵다. 유엔에서 완전한 국가 지위를 얻기 위해선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6번째로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을 거부했다.

팔레스타인 인권 변호사 다이애나 부투는 “이제야 팔레스타인이 국제적 인정을 받기 시작했지만 너무 늦었다”면서 “가자지구가 폐허가 되는 동안 세계는 선언에만 집중했다. 이제는 구체적인 정치·외교적 조치가 따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향후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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