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비자 10만불 수수료, 첫 신청만”
혼란 확산에 백악관 해명 나섰지만 불안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전문직 비자(H-1B) 신청 수수료를 1인당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불안이 커지자 백악관은 “첫 신청 시 1회만 부과되며 기존 비자 소지자의 출입국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집행 방식이 불분명해 혼란은 여전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오고 해외 출국 계획을 취소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아마존은 배우자·자녀의 H-4 비자 소유자에게도 같은 안내를 했다. 구글 직원은 도쿄 가족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개인 피해사례도 이어졌다. 영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를 준비하던 34세 엔지니어 로런스는 집을 임대주고 짐을 정리했지만 미국행을 미뤄야 했다. 뉴욕 금융업계의 에리카 L.은 “10년 가까이 살았는데 갑자기 떠나라 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 이민국(USCIS)에 따르면 올해 가장 많은 H-1B 비자를 확보한 기업은 아마존으로 1만44명이다.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5505명), 마이크로소프트(5189명), 메타(5123명), 애플(4202명), 구글(4181명) 등이 뒤를 이었다. 매년 6만5000명 일반 쿼터와 석사 이상 학위자 2만명 추가 쿼터가 배정되며 올해는 47만건이 넘는 신청이 몰렸다.
인도 IT 업계도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 인포시스, 위프로 등은 미국 파견 인력에 크게 의존하는데 수수료 급등은 비용 구조를 흔드는 변수다. 블룸버그는 이들 기업이 신규채용 축소나 프로젝트 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민 전문 변호사 라켈 밀스타인은 “비자 발급을 앞둔 이들이 입국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였다”며 “즉각적인 소송과 법원의 가처분 신청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이 매우 행복할 것”이라며 “많은 돈을 내더라도 생산적인 인재를 붙잡아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고액 수수료가 인재유입을 막아 기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결국 백악관의 해명에도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고, 기업들은 비자 소지자 보호와 사업 연속성 확보를 위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장에서는 규정이 실제로 언제부터 적용될지, 입국심사에서 어떤 혼선이 생길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