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합동대응단 1호 사건…1천억 규모 주가조작 적발

2025-09-23 13:00:01 게재

자택·사무실 10여곳 압수수색 … 혐의자 재산 동결

종합병원·대형학원 운영자와 금융전문가들 공모

불공정거래 과징금 첫 부과 … 부당이득 2배 부과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1000억원 규모의 주가조작 사건을 적발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 7월말 합동대응단이 출범한 이후 1호 사건이다.

23일 증권선물위원회(위원장 권대영, 증선위)는 주가조작에 이용된 수십개 계좌에 대해 자본시장법에 따른 지급정지 조치를 처음으로 시행하고, 합동대응단은 혐의자들의 자택, 사무실 등 10여개 장소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합동대응단에 따르면 종합병원, 대형학원 등을 소유·운영하는 재력가들과 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 금융 전문가들은 수십개의 계좌를 이용한 분산 매매로 고가의 가장·통정매매 등을 통해 장기간 조직적으로 주식의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공모를 통해 지난해초부터 현재까지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면서 주가를 조작했으며 23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현재 보유 중인 주식도 1000억원 상당에 이르는 대규모 장기 시세 조정 사건”이라고 밝혔다.

◆법인자금 동원, 1년9개월 동안 매일 주가조작 = 혐의자들은 평소 일별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주가조작 대상으로 정했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법인자금과 금융회사 대출금 등을 동원해 1000억원 이상의 시세조종 자금을 모았다. 이후 종목의 유통물량 상당수를 확보해 시장을 장악한 후 고가매수, 허수매수, 시가·종가 관여 등 다양한 시세조종 주문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꾸준한 주가 상승세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이들이 매수한 주문량이 시장 전체의 약 1/3을 차지했다.

가장·통정매매 주문을 제출한 후 단기간 내 체결시키는 수법으로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금융당국은 “혐의기간 중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하는 등 집요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지배했다”며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회피하기 위해 수십 개의 계좌를 통해 분산 매매하고 자금흐름을 은폐했을 뿐 아니라 주문 IP를 조작하거나 주가조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 상황을 활용한 정황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1년 9개월 동안 거의 매일 주가조작을 실행해 유통주식 수량 부족으로 거래량이 적은 해당 주식의 주가를 주가조작 전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상승시켰다.

금감원은 시장감시 과정에서 주가조작 정황을 포착해 초동 조사를 진행했으며 조사·심리 기관 간 신속한 공동대응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 합동대응단에 사건을 이첩했다. 합동대응단은 혐의자들이 조사 사실을 인지하고 보유 중인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세조종 대상기업 및 혐의 관련자들과 접촉을 하지 않은 채 매매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자금거래와 공모관계를 추적했다.

합동대응단은 금융위원회의 강제조사권을 활용해 혐의자 주거지 및 사무실 등에 대한 신속한 압수수색을 집행, 범행 관련 주요 증거를 확보했다.

금융당국은 “명망있는 사업가와 의료인, 금융 전문가 등 소위 ‘엘리트 그룹’이 공모한 치밀하고 지능적인 대형 주가조작 범죄를 합동대응단의 공조로 진행 단계에서 중단시킴으로써 범죄수익과 피해규모가 더 확산되기 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합동대응단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 등을 기반으로 추가 조사를 마무리한 후 엄정조치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당국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임원선임 제한 등의 신규 행정제재를 적극 적용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첫 실행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부당이득 2배 과징금 첫 부과 = 한편 증선위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금지를 위반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처음으로 과징금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증시 불공정거래 사범에 대한 과징금 부과 제도가 시행됐지만 실제로 부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징금 제재 대상인 A사 직원 B씨는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라는 호재성 정보를 직무상 알게 된 후 정보 공개 전까지 배우자 명의 계좌를 이용해 회사 주식을 약 1억2000만원 가량 매수해 약 243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증선위는 부당이득의 2배(법상 최대한도)에 상당하는 4860만원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 제재 대상자가 초범이고 조사에 협조했으며 다른 불공정거래 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당이득 금액이 낮다는 점이 고려 요소였으나 증선위는 “내부자의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행위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통해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일반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는 시장질서를 훼손하고 다수 투자자의 피해를 양산하는 중대 범죄인 만큼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고, 과징금 등 신규 도입된 다양한 제재를 적극 활용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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