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H-1B 폭탄에 IT업계 발칵

2025-09-23 13:00:02 게재

“신생기업 타격·인재유출 우려” … 인도 IT지수 3% 폭락 충격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인 근로자용 H-1B 비자 신규 수수료 부과를 발표하자, 기술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실리콘밸리 CEO들과 창업가, 투자자들은 2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제히 반발했다. 로이터 통신은 일부 긍정적 반응도 있었다고 보도했지만, 이번 조치가 트럼프 재선 캠페인에 수백만 달러를 후원한 핵심 산업에 역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새 수수료가 기업들에 수백만 달러의 추가 비용을 안겨줄 수 있으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신생기업은 비자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지난 19일 늦은 시각 뒤섞인 발표를 내놓으며,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활용해온 H1-B 임시 취업 비자 1건당 10만달러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큰 혼란이 불거지자 백악관은 이를 매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 신청 시 한 차례만 적용하는 것이며, 이미 비자를 보유한 사람과 발표 시점에 해외에 체류 중인 비자 소지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전 트위터 임원이자 현재 메타의 제품관리 이사인 에스더 크로포드는 “미국의 강점은 언제나 전 세계의 똑똑하고 야심 있는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있었다”며 “고급 기술 이민자는 우리의 것을 빼앗지 않고 함께 만들어간다. 내 경력에서 가장 훌륭한 동료들 가운데 많은 이가 자신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H1-B 소지자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경 보안 강화와 단속으로 불법 체류자 등 저숙련 노동자에 대한 규제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조지아주의 현대차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한국 정부의 반발을 샀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의 경제전문가는 비자 수수료 인상이 이미 약화된 미국 노동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외국 인재 유출로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발표 당일인 19일 여행객들 사이에 큰 혼란이 빚어진 당일 공항상황을 전했다. 일부는 해외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내려 발길을 돌렸고, 또 다른 이들은 회사의 권유에 따라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백악관이 뒤늦게 이번 조치의 적용 범위를 해명하기 전까지 공항은 불안과 혼란으로 가득찼다.

딥러닝AI 설립자인 앤드루 응은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운 H1-B 변경 발표로 미래를 불안해하는 모든 가족과 개인에게 마음이 아프다”며 “미국은 더 많은 기술 인재를 끌어들여야지, 불확실성을 만들어 그들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부 대기업 인사들은 긍정적인 평가도 내놨다. IBM의 게리 콘 부회장은 이번 조치가 고부가가치 인재 유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리드 헤이스팅스도 비자가 ‘가치 높은 일자리’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지지를 표했다.

그러나 핀테크기업 플래이드의 보안 책임자 데이비드 사이드먼은 “빅테크 기업 중 최소 한 곳은 해당 직종의 미국 내 채용을 중단하고 인도나 캐나다에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번 조치가 발표된 뒤 인도 주요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했다고 전했다. 특히 인도 정보기술 업종을 대표하는 니프티 IT 지수는 약 3% 하락했으며, 일부 대형 IT 서비스 기업 주가도 4% 이상 떨어졌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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