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H-1B 폭탄에 IT업계 발칵
“신생기업 타격·인재유출 우려” … 인도 IT지수 3% 폭락 충격파
업계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새 수수료가 기업들에 수백만 달러의 추가 비용을 안겨줄 수 있으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신생기업은 비자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지난 19일 늦은 시각 뒤섞인 발표를 내놓으며,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활용해온 H1-B 임시 취업 비자 1건당 10만달러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큰 혼란이 불거지자 백악관은 이를 매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 신청 시 한 차례만 적용하는 것이며, 이미 비자를 보유한 사람과 발표 시점에 해외에 체류 중인 비자 소지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경 보안 강화와 단속으로 불법 체류자 등 저숙련 노동자에 대한 규제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조지아주의 현대차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한국 정부의 반발을 샀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의 경제전문가는 비자 수수료 인상이 이미 약화된 미국 노동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외국 인재 유출로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발표 당일인 19일 여행객들 사이에 큰 혼란이 빚어진 당일 공항상황을 전했다. 일부는 해외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내려 발길을 돌렸고, 또 다른 이들은 회사의 권유에 따라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백악관이 뒤늦게 이번 조치의 적용 범위를 해명하기 전까지 공항은 불안과 혼란으로 가득찼다.
딥러닝AI 설립자인 앤드루 응은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운 H1-B 변경 발표로 미래를 불안해하는 모든 가족과 개인에게 마음이 아프다”며 “미국은 더 많은 기술 인재를 끌어들여야지, 불확실성을 만들어 그들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부 대기업 인사들은 긍정적인 평가도 내놨다. IBM의 게리 콘 부회장은 이번 조치가 고부가가치 인재 유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리드 헤이스팅스도 비자가 ‘가치 높은 일자리’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지지를 표했다.
그러나 핀테크기업 플래이드의 보안 책임자 데이비드 사이드먼은 “빅테크 기업 중 최소 한 곳은 해당 직종의 미국 내 채용을 중단하고 인도나 캐나다에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번 조치가 발표된 뒤 인도 주요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했다고 전했다. 특히 인도 정보기술 업종을 대표하는 니프티 IT 지수는 약 3% 하락했으며, 일부 대형 IT 서비스 기업 주가도 4% 이상 떨어졌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