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비만 치료제 시장 진출
메트세라 73억달러에 인수
화이자가 비만 치료제 개발사 메트세라를 최대 73억달러(약 10조1600억원)에 인수하기로 확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대형 제약사가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성사시킨 최대 규모의 거래다.
화이자는 메트세라 주식을 주당 47.50달러 현금으로 매입해 기업가치를 49억달러로 평가했다. 여기에 세 건의 임상 시험 목표가 달성되면 주당 22.50달러를 추가 지급해 총 인수가는 최대 73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지난주 뉴욕증시 메트세라 종가(33.32달러) 대비 큰 폭의 프리미엄이다. 인수 발표 직후 화이자 주가는 장전 거래에서 1.7% 상승했고, 메트세라 주가는 60% 가까이 급등했다.
알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거래가 “화이자를 이 핵심 치료 영역으로 이끈다”며 “비만은 200개 이상의 건강 문제와 연관된 거대한 성장 시장”이라고 말했다. 올해 자사 후보물질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이 임상에서 실패한 이후 화이자는 기업인수로 시장에 뛰어드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메트세라는 올해 진행된 바이오 기업공개(IPO) 가운데 최대 규모 중 하나로,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 파이프라인인 MET-097i는 임상 2상에서 12주간 평균 체중 11.3%를 줄이는 성과를 보였으며, 부작용은 제한적이었다. 현재 월 1회 장기 주사형으로도 개발 중이다.
또한 아밀린 호르몬을 활용한 초기 단계 연구도 진행 중이며, 연내 추가 임상 데이터가 나올 예정이다. 연구진은 아밀린이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강력한 식욕 억제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메트세라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도 확보하고 있다.
윗 버나드 메트세라 CEO는 이번 치료제들이 “수억 명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수 과정에는 대형 제약사들이 참여한 경쟁 입찰이 있었으며, 애널리스트들은 비만 치료제 시장이 장기적으로 연간 95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특수 이후 하락한 주가 회복을 위해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화이자 주가는 팬데믹 정점 이후 절반 이상 빠져 지난주 금요일 24달러에 마감, 시가총액은 1360억달러 수준이다. 2023년에도 화이자는 항암제 전문기업 시젠(Seagen)을 430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이번 메트세라 인수는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 노보노디스크의 ‘웨고비(Wegovy)’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화이자가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던진 사례로, 차세대 비만 치료제 경쟁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