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타이레놀, 자폐 유발” 주장 파문
제조사 켄뷰 주가 7% 급락
과학계 신중론에도 논란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 위험을 높인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 파장을 불러왔다. 그는 22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임산부는 타이레놀을 먹지 말라. 아기에게도 주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FDA(미국 식품의약국)를 통해 경고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출산과 관련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자폐증 유병률이 2000년 대비 약 400% 증가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복용이 허용될 수 있는 경우로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고열”을 예로 들며 나머지 경우에는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쿠바에는 타이레놀이 없어서 자폐가 거의 없다”는 근거 없는 사례까지 언급해 논란을 키웠다.
발언이 전해지자 타이레놀을 생산,판매하는 제약회사 켄뷰(Kenvue)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켄뷰 주가는 전날보다 7.47% 하락한 16.97달러에 마감했다. 켄뷰는 2023년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이 소비자 건강사업 부문을 분사해 설립한 회사로 타이레놀 외에도 리스테린, 뉴트로지나, 존슨 베이비 샴푸 등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켄뷰는 즉각 성명을 통해 “독립적이고 건전한 과학은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를 유발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필요할 경우 임신 기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진통제 중 하나”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그의 대선 구호 ‘MAHA(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캠페인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며 정치적 해석도 따라붙고 있다. 그는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하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을 해임한 전력도 있어 보건 이슈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FDA는 같은 날 발표한 공지문에서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간 관련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가 일부 있지만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학계도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2019년 미국의학회지(JAMA)에는 아세트아미노펜 농도와 자폐증 간 연관성을 제시한 논문이 있었으나 2024년 스웨덴 아동 250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에서는 관련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