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거품인가, 서울 전세가율 급락
집값 11% 오를때 전세가격 -0.39% … 서울 52%, 28개월 만에 최저치
서울 전세가율이 하락, 50%선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전세가격이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3일 내일신문이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52.41%로 최저점이었던 2023년 4월 50.80%를 위협하고 있다.
서울 전세가율은 KB부동산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2020년 8월 이후 55%대를 유지하다 2023년 1월 51%대까지 떨어졌다. 2023년 4월에는 50.80%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후 올해 1월 54.06%까지 계속 올라갔다.
올해 들어 전세가율은 3월 53.83%로 하락하기 시작해 6월 52.98%, 7월 52.59%, 8월 52.41%로 떨어졌다. 이같은 추세로 보면 최저점이었던 2023년 4월 50.80%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강남11구의 전세가율은 50%를 밑돌고 있다. 강남11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49.20%로 가장 낮았던 2023년 4월 48.68%에 근접했다. 강북14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아직 53% 아래로 내려간 적은 없다.
강남지역 전세가율이 하락한 원인은 집값 상승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남지역 집값 상승 대비 전세가격이 오르지 않은 점이 전세가율에 반영됐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실거래지수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강남4구(동남권)의 경우 매매 실거래지수는 11.12% 급등했지만 전세 실거래지수는 -0.39%로 하락하는 정반대 상황을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는 강남 집값 거품이 심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세가격은 실제 거주가치를 반영하는데 전세가격과 집값 격차가 벌어진 것을 매매가격 거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정상적인 전세가격은 집값의 60~70% 정도로 추산하지만 강남11구는 50%에도 못미치고 있다.
반면 지방 전세가율은 70%를 웃돌고 있어 ‘깡통전세’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기준 지방 아파트 전세가율은 76.48%로 매달 오르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충북지역 전세가율이 79.38%로 가장 높았다. 전세가율이 80%를 넘어가면 위험군으로 꼽힌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떨어진 것은 ‘전세의 월세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리인하 기조에 전세를 놓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전세 물건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전세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올린 물건이 늘어나면서 전세가율 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통상 매매가격이 오르면 전세가격도 견인하는데 이번에는 서울지역에서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를 집값 거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전세가율이 낮아지는 것은 깡통전세를 막을 수 있는 징후로 판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