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가뭄에 동물전염병까지…가을축제 차질
경기북부 조류독감·돼지열병 확산
‘수해 복구’ 충남·경남 ‘가뭄’ 강릉
자치단체 비상…소상공인들 ‘시름’
축제의 계절, 가을로 접어들면서 전국에서 축제 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올여름 역대급 폭우로 수해를 입은 지역과 최근 가뭄 피해로 시름한 강릉은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경기북부 지역에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동시에 발병하면서 일부 행사가 취소됐다. 축제 특수를 기대했던 소상공인들은 방문객들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경기 연천군의 한 돼지농장에서 ASF가 발생해 축산 종사자 등에 대한 일시 이동중지 명령 등 긴급조치가 이뤄졌다. 다음날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국에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해당 농장의 돼지 847마리를 살처분했다.
앞서 지난 12일엔 경기 파주시 탄현면의 한 가금농가에서 국내 처음으로 H5N1형 고병원성 AI 항원이 확인됐다. 고병원성 AI는 조류 내 전파력 및 폐사율이 높아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분류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1일 오전 양주시 소재 경기북부동물위생시험소와 거점 소독시설을 방문해 직접 방역관리 상황을 점검했다. 송 장관은 “추석을 앞두고 사람과 차량의 이동이 늘어나고 자칫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철저한 방역을 당부했다.
이에 해당 지자체들은 이달 말부터 개최되는 지역축제를 놓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ASF가 발병한 연천군의 경우 전국리 유적지에서 다음달 열리는 ‘연천 빛축제’의 야외 영화상영 등 야외행사 일정을 취소했다. 연천군 관계자는 “읍·면 단위로 체육행사 등이 열리는데 이동제한에 걸린 지역의 경우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한 곳도 있다”며 “예정된 행사들도 발판 소독제 등 방역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AI가 발병한 파주시도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을 앞두고 AI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근 김포시와 인천시 등도 축산농가 진입로 집중 소독, 가금농장 출입통제 등 방역을 강화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극심한 가뭄을 겪은 강원 강릉지역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최근 내린 비로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60%를 기록하면서 22일 오후 6시 가뭄재난사태가 해제됐지만 ‘축제’는 남의 일이 됐다. 강릉시는 최근 가뭄 상황을 고려해 다음달 열릴 예정이던 ‘제4회 강릉 누들 축제’와 ‘제17회 강릉 커피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시민들이 가뭄으로 극심한 피해를 겪는 상황에서 외지 관광객이 대거 몰리는 행사를 개최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강릉시는 “올해의 아쉬움을 발판 삼아 내년에 더 풍성하고 알찬 축제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7~8월 역대급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들도 가을축제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충남 서산시는 지난 20~21일 개최하려던 시민체육대회를, 예산군은 지난 20일로 예정된 군민체육대회를 각각 취소했다. 두 지자체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예산군은 오는 26~27일 개최할 예정이던 ‘예산 국가유산 야행’을 취소했고 예산상설시장 내 예산맥주페스티벌도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체육대회와 축제 취소 등으로 미지출된 예산 17억여원을 수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에 쓰기로 했다.
경남 합천군도 올해 ‘주민서비스 박람회’ 일정을 취소했고 산청군은 오는 10월 2~12일 개최하려던 ‘제25회 산청한방약초축제’를 취소했다. 산청군은 지난 3월 대형산불이 발생한데 이어 지난 7월 집중호우까지 내려 큰 피해를 입었다. 이들 지자체는 “현재까지도 수해 복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행사를 취소·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을축제 특수를 기다리던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경기북부지역 한 전통시장 상인은 “소비쿠폰 발급, 가을축제 등으로 모처럼 활기를 찾을까 기대했는데 가축전염병이 잇따라 발병하면서 읍면 단위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