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통상환경, 무역질서 재편과 산업별 영향 ①자동차

높아진 비용·투자부담 확대로 수익성 저하 불가피

2025-09-23 13:00:03 게재

"현대차·기아, 관세 감내 가능하지만 대미 관세율 인하 시급”

미국발 관세부과로 촉발된 통상환경의 변화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 경쟁 구도가 급격하게 변했다. 공급망 구조에도 큰 변화의 흐름이 예상된다. 올해 4월 미국이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관세율을 인상하면서,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관세로 인해 수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수익성이 저하된 가운데 앞으로도 미국 현지 신규공장 설립 등 설비 투자 확대로 인해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새로운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자동차 기업별로 보유한 사업적, 재무적 역량에 따라 차별화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 그룹의 자동차 기업의 관세 대응능력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높아진 비용 및 투자 부담 확대로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다. 특히 일본이 대미 수출 관세를 15%로 낮추는 등 ‘출발선’이 달라진 만큼 한국 자동차에 대한 대미 관세율 인하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중·일 관세 격차 확대 전망 =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관세 부담, 공급망 재편으로 자동차회사들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자금 부담이 확대됐다.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관세로 인해 1조5000억~2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미국 현지 신규공장 설립 등 설비투자 확대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차입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8월 7일부터 한국에 적용 예정이었던 상호관세율(기본관세+국가별 관세)과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한 자동차 및 부품 품목별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내용에 양국이 합의했다. 합의 내용이 확정된다면 자동차 및 부품 품목별 관세율은 이미 미국과 무역합의를 체결한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이다. 다만 과거 한국이 FTA에 따라 자동차를 무관세로 수출해왔던 반면 일본과 EU는 2.5%의 관세율을 적용받아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무역합의에 따른 실질 관세 부담 상승은 한국이 더 높은 수준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경우 미국과 무역협정을 진행하는 기간인 11월 10일까지 상호관세율이 한시적으로 인하(10%)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유예기간 내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지 못할 경우 11월 11일부터는 상호관세율이 재차 34%로 상향될 예정이다. 이에 더하여 기본 관세 3.4%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따른 20%의 추가 관세를 반영한 총 관세율은 57.4%에 이르게 되어 미국에 대한 한중간 관세 격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부터 점진적 가격인상 불가피 =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차와 기아 또한 단기적으로 관세 비용을 자체 부담해야 해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에는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의 관세 부담이 실적에 반영됐다. 자동차 관세 발효일(2025년 4월 3일)과 운송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약 2개월분 선적 물량에 대한 관세가 비용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동차 관세는 현대차와 기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모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사안이다. 글로벌 1위인 도요타그룹은 올 2분기4500억엔(4.3조원)의 관세 영향이 발생하였으며, 미일 무역협상 결과를 반영한 2025년 추정 관세액도 1조2000억엔(1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GM과 FORD 도 각각 11억달러(1.5조원), 8억달러(1.1조원)의 관세 부담을 공개하면서 미국계 완성차 업체조차도 관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였다.

이에 따라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올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저하되었으며, 일부 업체에서는 관세 부담에 이어 대규모 품질보증비 인식 등 개별 이슈가 반영되면서 적자 전환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인센티브 축소 등 비가격 전략을 통해 흡수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2025년 2분기 실적에서 관세 부담이 반영되며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이 크게 하락한 점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이러한 비가격 전략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관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2025년 3분기 이후부터는 이익 펀더멘탈이 취약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 재무여력 우수하지만 … = 다만 현대차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재무 여력이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한국, 일본, 유럽의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율이 15%로 동일하다면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HMGMA)을 30만대 체제로 가동한다는 전제하에 영업이익률 8.2%를 달성할 것으로 분석됐다. 도요타(8.1%), GM(5.8%), 폭스바겐(4.8%)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관세협상 후속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일본이 먼저 자동차 관세를 15%를 인하했음에도 한국은 여전히 25%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미국 내 대규모 구금 사태로 드러난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관세율 최종 인하 확정이 지연될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의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고, 비경상적인 이벤트로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이차전지 공장 건설이 지연된다면 공급망 전반의 정상 운영 차질로 이차전지 업계의 실적 회복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자동차업계는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대응해 현지투자 생산 확대와 수출시장 다변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며 “미국의 고관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업계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확대와 함께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 강화할 수 있도록 국내 생산촉진 세제지원이 요망된다”고 말했다.

김영숙·이재호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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