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해자 구축하는 핵심 파트너들

2025-09-24 13:00:02 게재

슈퍼마이크로·코어위브·네비우스·인텔…AI 시장 독점 생태계 위한 전략적 투자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코어위브(CRWV), 네비우스(NBIS), 인텔(INTC)은 단순한 엔비디아 협력업체가 아니라 운명을 함께하는 ‘혈맹’이다. 서버·클라우드·인프라·CPU와 패키징 등 각자 맡은 영역에서 엔비디아 생태계를 떠받치며 엔비디아 성장동력을 책임지고 있다. 규모를 들여다보면(엔비디아의 8월 말 분기 공시) 코어위브와 네비우스 2곳이 2분기 매출의 39%를 차지한다.

모건스탠리는 코어위브가 엔비디아 AI 가속기 연간 생산의 약 8% 정도 사용한다고 추정했다. 여기서 보듯이 이들 네 기업은 엔비디아 칩을 우선 확보하며 수요를 뒷받침하고, 엔비디아는 지분 투자로 이들과 이익을 공유한다. 서로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 되는 완벽한 윈-윈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결속이 강해질수록 엔비디아 제국의 성장동력은 더욱 탄탄해진다.

SMCI, 권장 사양 서버 대표 공급사

SMCI(Supermicro Computer)는 데이터센터용 서버와 저장장치, 일체형 서버 시스템을 만들어 파는 회사다. 공장에서 조립과 성능 검증을 끝낸 뒤 서버를 묶어 출하하고, 고객은 이를 자체 또는 공용 데이터센터에 들여 바로 쓴다. 임대형 클라우드가 아니라 완제품 판매가 기본이며 설치 지원과 유지보수가 뒤 따른다. 이 회사는 엔비디아 블랙웰 GPU가 탑재된 HGX B200·B300 서버 2종과 통합형 시스템 GB300 NVL72서버를 양산한다. ‘액침냉각’과 ‘직접 액체냉각’까지 적용한 최고급 구성으로 대규모 AI 서버 시장 확장을 뒷받침한다. 지난 5월에는 분기당 10만개 이상 GPU를 탑재한 시스템을 출하한다고 밝혔다.

작년 매출 219억달러, 순이익 10억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직접 지분은 없지만 엔비디아 권장사양 기반 서버시장에서 사실상 핵심 공급사로 자리잡아 엔비디아의 매출을 떠받치고 있다. 본사는 캘리포니아 산호세, 임직원 5684명, 1993년 창업자 찰스 량이 세웠고, 젠슨 황과의 오랜 협력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블랙웰 칩 수급이 빠듯할 때도 제품 개발과 출하를 이어가며 블랙웰 울트라와 블랙웰 기반 최첨단 시스템을 선보였다.

작년 회계 논란은 독립 특별위원회 조사에서 중대한 부정행위 없음으로 일단락됐다. 실적은 회복세지만 최근 분기 조정 주당순이익이 전년 동기 0.66달러에서 0.31달러로 낮아지는 등 이익률 방어는 과제로 남았다. 업계는 엔비디아 GPU 수요 급증이 슈퍼마이크로의 실적 개선을 다시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 DGX-Ready 공용 데이터센터 출처 엔비디아 홈페이지

코어위브, 엔비디아 GPU 임대의 선두

2017년 설립한 스타트업 코어위브(CoreWeave, CRWV)는 뉴저지의 소규모 암호화폐 채굴업에서 출발해 엔비디아의 전략적 투자와 사모·벤처자금으로 급성장했다. 2024년 이후 블랙스톤·매그나타 등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GPU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임대 용량을 확대했다.

지금은 AI 학습·추론에 특화된 클라우드형 GPU 인프라의 선두 제공업체로 자리 잡았다. 엔비디아 칩을 중심으로 한 고밀도 데이터센터를 구축·운영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유망 신생 기술기업에 주문형 연산을 공급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데이터센터 33곳을 운영 중이다.

상장은 2025년 3월, 초기 시가총액 약 350억달러. 이후 주가는 AI 수요에 힘입어 두 배 이상 뛰어 최근 630억달러 안팎까지 커졌다. 엔비디아와 관계도 커졌다. 초기 1억달러 투자에 이어 상장 시점에 2억5000만달러를 추가했고, 5월 기준 보유 지분은 2418만주, 약 7%로 집계된다.

이번 9월에는 엔비디아와 63억달러 규모의 용량 보장 계약을 맺었다. 코어위브가 확보한 미판매 클라우드 용량을 2032년까지 엔비디아가 매입해 주는 구조다. 코어위브는 설비 확대의 확실한 출구를, 엔비디아는 자사 칩 수요의 하방을 확보했다. 실적은 고성장·적자 병행이다. 2분기 매출 12억달러, 순손실 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으나 연간 매출 전망을 53억달러로 높였고, 수주 잔고는 300억달러에 이른다.

네비우스, 전용 GPU 확장의 ‘숨은 손’

9월 8일 마이크로소프트가 뉴저지 새 데이터센터에 AI 인프라를 들이기 위해 엔비디아 투자사 네비우스와 5년 174억달러 계약을 맺었다. 네비우스는 올해 말부터 뉴저지주 바인랜드의 신규 데이터센터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용 GPU 인프라 용량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날 네비우스 주가는 이후 47% 이상 급등했다.

최근 분기 매출은 1억달러대에 머물렀지만 대형 고객을 확보하면서 엔비디아 GPU 인프라 수요를 확대하는 ‘숨은 강자’으로 평가받고 있다. 네비우스는 지난 3월 공시에서 새로운 엔비디아 블렉웰 울트라 AI 기반 플랫폼을 제공하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주문형 컴퓨팅을 제공할 것이라 공언할 만큼 엔비디아의 칩 동맹은 공고하다.

네비우스는 AI 학습과 추론에 특화된 GPU 인프라를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하는 인프라 사업자다. 범용 IT 메뉴를 두루 파는 하이퍼스케일러와 달리, GPU·스토리지·네트워킹을 AI 업무량에 맞춰 묶어 제공하는 특화형 모델이다. 네비우스는 자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설계와 독자 하드웨어를 결합해 개발자가 모델을 만들고 조절하며 운영까지 단일 플랫폼에서 처리하도록 지원한다. 수익원은 전용 GPU 인프라 용량 판매다. 시간·용량 약정 기반으로 연산성능과 저장공간, 관리형 서비스와 개발 도구를 묶어 제공한다.

네비우스는 러시아의 구글로 알려진 얀덱스에서 2024년 7월 분사해 현 체제를 갖췄다. 엔비디아는 2024년 12월 전략적 투자자로 시작해 지난 2월 네비우스의 주식 120만주를 5600만달러(778억원)에 추가 매입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네비우스는 유럽과 북미, 이스라엘 등에 연구 거점을 두고 있다.

인텔, CPU·패키징 맡은 ‘전우’

지난 18일 엔비디아는 인텔 주식을 50억달러(6조9500억원)어치 인수했다. 주당 23.28달러로 지분 약 4%를 취득해 확보하면서 반도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양사는 데이터센터와 PC 분야에서 여러 세대에 걸친 공동 제품 개발에 나선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역할 분담이다. 엔비디아는 자사 GPU와 (고속연결기술) NV링크를 제공해 CPU–GPU를 촘촘히 묶는 역할을 맡고, 인텔은 공동 제품에 들어갈 맞춤형 데이터센터용 CPU와 첨단 패키징을 담당한다. 특히 PC 영역에선 인텔이 엔비디아 RTX GPU 칩렛을 통합한 x86 시스템온칩을 직접 설계·제조해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 협업으로 서버 한 대가 팔릴 때마다 인텔은 CPU와 패키징에서, 엔비디아는 가속기와 플랫폼에서 동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열린다. NV링크로 CPU–GPU 간 병목을 줄여 대규모 학습·추론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산업적 의미가 크다. 로이터는 이번 동맹이 TSMC, AMD 등 경쟁사에는 복합적 변수라고 해석했다. 당장 위탁생산 계약은 아니지만 인텔의 제조·패키징 역량이 회복될 경우 중장기 파급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인텔이 설계하는 데이터센터용 CPU와 PC용 x86 칩에 엔비디아 가속기·RTX 칩 단위들이 자연스럽게 짝지어 들어간다면 엔비디아도 시장을 넓힐 수 있다. 인텔의 방대한 고객망과 채널, 특히 보수적 기업·공공 수요에 엔비디아 기반 구성이 표준 옵션으로 들어간다. 단일 공급처 의존을 낮출 수 있다. 비용·납기 협상력도 개선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동맹이 장기적으로 인텔 제조역량 회복에 힘이 실릴 때 시장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차세대 AI 서버 성능은 칩 자체 성능 못지않게 패키징·연결기술이 좌우한다. 인텔의 고급 패키징과 엔비디아 NV링크가 얼마나 매끈하게 결합하는가가 초기 평판을 가를 전망이다.

‘엔비디아 생태계’의 성장

엔비디아는 단순한 GPU 회사가 아니다. 슈퍼마이크로가 서버를, 코어위브가 수요를, 네비우스가 인프라를, 인텔이 CPU를 담당하고 엔비디아가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었다. 브로드컴 같은 경쟁사들이 따라오려 해도 이미 굳어진 이 생태계를 뚫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주가도 같이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엔비디아는 AI 시대의 중심이 되었고,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성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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