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엔비디아에 ‘정면승부’ 선언

2025-09-24 13:00:01 게재

“3년 내에 따라잡겠다”

자체 AI 반도체 '어센드'

수만개 묶어 물량으로 승부

중국 화웨이가 미국 엔비디아와의 정면승부를 선언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3개년 돌파 전략을 공개했다고 블룸버그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웨이는 자사 반도체가 성능과 속도 면에서 엔비디아에 뒤진다는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대규모 집적과 네트워크 기술, 그리고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라는 ‘중국식 해법’으로 이를 뒤집겠다고 선언했다.

쉬즈쥔 화웨이 부회장 겸 순환 회장은 최근 연례 행사인 ‘화웨이 연결’에서 차세대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설계 청사진을 상세히 공개했다.

엔비디아의 화려한 제품 발표회를 연상케 하는 이번 행사는 미·중 정상 간 4개월 만의 두 번째 전화통화를 하루 앞두고 열려 더욱 주목받았다. 그동안 화웨이는 미국 제재로 대만 TSMC와의 거래가 끊긴 이후에도 조용히, 거의 비밀스럽게 AI 제품을 출시해왔기 때문에 이런 공개적 도전은 이례적이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핵심은 ‘슈퍼팟’이라 명명된 거대한 데이터센터 플랫폼이다. 화웨이는 자사 AI 반도체 ‘어센드’를 최대 1만5488개까지 자체 개발한 인터커넥트 기술로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개별 성능에서 밀리면 숫자로 압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화웨이는 이 기술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루빈 GPU 기반 NVLink보다 무려 62배나 빠른 데이터 전송을 실현하겠다고 자신했다.

이에 증권사 번스타인은 이번 발표가 화웨이가 드디어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 체계를 갖췄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철저한 공급망 봉쇄 속에서도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해 생존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화웨이의 이번 움직임은 우연이 아니다.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주요 IT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AI 반도체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그동안 워싱턴의 견제를 의식해 기술 공개를 자제해왔던 중국 기업들이 일제히 기술를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 제품 구매를 제한하는 등 규제 카드를 꺼내 자국 기업들을 적극 밀어주고 있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사실상 국가 차원의 ‘반도체 전쟁’ 양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엔비디아나 AMD 제품이 TSMC의 최첨단 공정을 적용받는 반면, 화웨이의 차세대 ‘어센드 950’은 성능 면에서 엔비디아 신형 칩의 겨우 6% 수준에 그친다고 번스타인은 냉정히 지적했다.

그럼에도 화웨이는 수십만 개의 칩을 하나로 묶는 ‘물량 작전’으로 이 엄청난 격차를 메우겠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지만, 중국 특유의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전략이기도 하다고 불름버그는 분석했다.

화웨이는 또한 초고속 데이터 공유를 위한 자체 고대역폭 메모리 구조도 선보였다. SK하이닉스 등 세계적 메모리 강자들과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나름의 독자 설계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2028년 출시 예정인 어센드 970은 초당 4테라비트 전송 속도를 구현하겠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현재 속도(1.8테라비트)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구현한다는 야심찬 목표다.

그러나 화웨이는 2023년 7나노 칩 출시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이후 뚜렷한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5나노 기반 신제품 계획도 수율 문제로 결국 물거품이 됐다. 첨단 장비 부족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과연 화웨이의 이 ‘3년 대장정’이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허상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이주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