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에도 증시 저평가 ‘여전’

2025-09-24 13:00:09 게재

증시 할인율 11.5% ‘고위험·저수익’ 구조 … 기업가치 정상화 과제 산적

혁신 역량 강화·수익성 제고·지배구조 개선 …· 일반주주 권익 보호 필요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3500선에 육박했다. 하지만 반도체 대형주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으로 쏠림이 심화하면서 주가 상승보다 하락 종목이 더 많다.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모습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증시 할인율은 최근 20년 평균 11.5%로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위험·저수익’ 구조에 머물며 투자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할인율을 완화하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실현하기 위한 기업가치 정상화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먼저 기업들은 혁신 역량 강화로 수익성을 높이고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하며 금융당국은 일반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만성적인 저 PBR 현상 지속 = 24일 자본시장연구원은 여의도 금투센터 19층 대회의실에서 ‘주식시장 할인율 국제 비교와 코리아 프리미엄 과제’라는 주제의 이슈 브리핑에서 한국 증시는 만성적인 저 PBR(주가순자산비율)에 머물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저평가)’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지수 상승으로 1.1배 이상이 됐지만 아직도 PBR은 낮은 수준이다. 한국 주식시장이 고위험-저수익 구조에 머물며, 투자자의 불확실성과 기업의 자본비용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59개국 자료를 기반으로 국가별 주식시장에 내재된 할인율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 주식시장의 상대적 평가 수준을 분석한 결과 한국 주식시장의 할인율은 평균 11.5%로 나타났다. 선진국(8.9%)과 신흥국(10.9%)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다.

분석 기간 G7 국가의 평균은 8.8%, 선진국 8.9%, 신흥국 10.9%,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9.3%로 개별 선진국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신흥국 내에서도 중상위권에 있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이 장기간에 걸쳐 실현수익률이 요구수익률(할인율)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이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자본비용(할인율)을 밑돌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시장 전반의 할인율이 구조적으로 높게 형성되어 있음과 한국 시장의 만성적인 저 PBR 현상을 말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관찰되는 높은 할인율은 기업의 자본배분 전략, 제도적 신뢰 기반, 시장 참여자 행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잉여자본의 비효율적 운용과 낮은 자본효율성, 소극적인 주주환원 등 기업의 안정 지향적 재무구조 정책뿐만 아니라, 거버넌스의 불투명성, 일반주주 보호의 미흡 등 제도적 신뢰 기반의 한계도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아울러 투자자들의 단기성과 중심의 투자 관행 역시 기업의 중장기적 가치 창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리아 프리미엄’ 어떻게 전환? = 그렇다면 만성적인 한국 증시의 저 PBR 해소, 나아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의 전환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자본시장연구원은 먼저 기업의 전략적 대응과 제도적 기반을 강조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주식시장의 할인율 완화와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을 위해 △기업은 수익성 제고와 자본비용 달성 계획·성과의 투명한 소통을 통해 이를 거버넌스에 내재화하고 △ 정책당국은 정책 일관성 유지, 주주 권익의 실효성 있는 보호를 위해 법·제도의 집행력 강화로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조성 △ 투자자는 단기 매매 중심의 투자 행태를 지양하고 기업의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을 유도하는 책임 있는 관여자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의 자본비용에 대한 합리적 인식과 이를 반영한 전략적 대응, 정책당국의 일관된 지원과 투자자의 건설적인 관여가 유기적인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낸다면, 한국 시장은 고착화된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기업이 자본의 조달 비용과 향후 수익성 전망을 시장에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프로그램도 주주의 요구수익률을 충족할 구체적인 계획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지난 6월 말 현재 비금융 상장사의 공시는 5.8%에 불과했다.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필요한 이유다.

한편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전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주최로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7개 국내 연구기관장과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확충과 주식시장의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을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업 법제 선진화 등 자본시장 혁신이 중요하며, 모험자본 생태계 확대와 벤처·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강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글로벌 첨단기술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