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유럽연합(EU)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이를 2024년 8월 1일부터 소급 적용키로 결정했다.

기존 27.5%였던 고율 관세를 대폭 낮춘 조치로 해당 시점 이후 수입된 차량과 부품에 대해 15%를 초과해 납부된 관세는 환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유럽 완성차 및 부품 제조사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8월 2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EU 간 무역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월 5일 행정명령을 통해 유럽과의 상호 관세 조정에 나설 것임을 공식화했으며,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이를 바탕으로 24일 관세 인하 내용을 사전 공개했다.

정식 게재는 9월 25일 연방 관보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관세 인하의 전제 조건은 유럽 측 양보였다. EU는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 철폐와 일부 미국산 농산물, 해산물에 대한 특혜적 시장 접근권을 부여하기 위한 입법 절차를 먼저 진행했다. 지난달 28일 EU는 관련 입법안 초안을 공개하며 미국과 합의 이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에 미국도 신속히 대응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하를 확정했다.

이번 조치에는 자동차 외에도 일부 의약품 원료 및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조항도 포함됐다. 해당 내용은 2025년 9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앞서 일본 역시 미국과 무역협상을 통해 차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고, 지난 16일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본차에 인하된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관세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 7월 미국과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이후 세부 이행 방안을 둘러싼 후속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여전히 기존 25%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일본과 유럽이 잇따라 관세 혜택을 확보한 상황에서 한국만 상대적 고율 관세를 유지하게 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국 자동차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로 25% 관세는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소비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수출 확대가 중요한 시점에서 관세 부담은 전략 추진에 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