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럼프발 타이레놀 논란 확산
‘임신부 약물 복용’ 공방
의료계·정치권 반발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부에게 타이레놀 복용을 자제하라고 발언하면서 미국 사회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아 출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아니라면 복용하지 말라”며 임신부들에게 약 없이 통증과 고열을 견딜 것을 권고했다.
이 발언은 즉시 의료계 반발을 불렀다. 미국산부인과학회 회장 스티븐 플라이시먼 박사는 트럼프의 주장이 과학적 근거 없이 퍼진 ‘잘못된 정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발언은 임신부에게 불필요한 공포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해를 끼치는 조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입장을 밝혔다. WHO는 지난 10년간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검토하는 여러 연구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고 일관된 인과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핵심은 아세트아미노펜이 임신 중 비교적 안전한 진통·해열제로 오랜 기간 사용돼 왔다는 점이다. 이부프로펜이나 아스피린과 달리 아세트아미노펜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평가돼 왔으며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이를 대체할 만한 안전한 약물이 없다고 강조한다.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트럼프 발언이 여성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CNN 인터뷰에서 “광범위한 주장을 하려면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의료계에서는 트럼프와 다른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빌 캐시디 상원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구 트위터)에 글을 올려 “보건 당국을 돕고 싶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과학적 증거는 트럼프 주장과 상반된다”며 “여성들이 임신 중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잃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측은 발언의 진의를 해명하려는 분위기다. JD 밴스 부통령은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지는 부작용 가능성을 인지하라는 것이지 무조건 금지하라는 말은 아니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지낸 벤 칼슨 박사도 “약병에 쓰인 경고문은 실제 발생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려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이익과 위험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의학적 결정은 의료진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